여기는 가난뱅이 소쩍새 부엉이가 솥 적다며 ‘솥적다 솥적다’ 슬피 우는 시골 마을. 어느새 찬바람 일고 텅 빈 골목의 허기는 쭈그렁 할매의 달라붙은 아랫배마냥 가엾게 접혀있구나. 골목길을 서둘러 빠져나오면 뒷숲으로 난 외길의 대숲이 홀로 깊고 푸르게 흔들린다. 대숲으로 난 길의 어둠은 심약한 행인의 한기를 돋우기도 하는 모양이나 이 외길을 지나야만 장엄한 숲과 대면할 수 있다. 대나무를 헤집고 배고픈 노루가 엉금엉금 내려오기도 하고, 어느 밤엔 살쾡이의 집쥐 들쥐 사냥길이 되는 게 바로 이 외길. 나는 수시로 낙엽이 두텁게 쌓인 뒷산을 이 길을 통해 오르내린다. 집이라는 개념, 울타리 경계가 내게는 없다. 나는 이 숲의 일부이자 일원. 내 집은 이 산골짝의 일부다. 그래서 정부기관이 매긴 주소지는 사실 내겐 의미없고 쓸데없는 번지수일 뿐, 나는 이 넓은 숲에서 살고지고, 숲은 내 집이며 내 가족이며 터전이렷다.
낮이 아닌 밤엔 성탄 장식나무에 달리기도 하는 수리부엉이가 겨울 숲의 주인공으로 같이 살아간다. 쌀밥 눈을 하얗게 뒤집어 쓴 부엉이가 겨울 숲에서 웅크린 밤 시간은 고요하다 못해 두렵기까지 한 적막의 시간. 북구 서양에선 썰매를 끄는 루돌프 순록 떼가 성탄종을 딸랑거리며 눈밭을 달음질치고 있겠지만 이 땅엔 순한 노루가 숲을 지키고, 나뭇가지엔 부엉이가 미동도 하지 않은 채 겨울추위에 외롭게 맞서고 있다. 마치 동양적 겨울나기의 정적인 생활미학을 보여주는 일면이 아닌가 싶은... 다른 짐승들 또한 물론이겠지만 숲은 부엉이에겐 물러설 수 없는 생활공간, 바로 자기 집이기 때문에 한 치도 흐트러짐 없이 제자리를 꼿꼿이 지킨다. 부엉이는 이 겨울 숲의 이순신 장군이고 안중근 의사가 아닐까.
부엉이 가족의 소중한 집인 겨울 숲... 이 모든 대지의 표면이 누군가의 집이란 생각을 하게 되면 가슴 밑까지 뭉클해진다. 저 강물과 바다, 저 창공과 산기슭, 구멍나고 휘어진 나무 한그루와 저 황토 흙과 갯벌까지도 모두 누군가의 집이 아닌가. 마르크스의 장례식 때 친구 엥겔스는 마르크스의 업적을 이렇게 짧게 요약하여 풀었다 한다. “인간은 우선 먹고 마시고 보금자리와 입을 옷을 마련한 뒤에야 정치학, 과학, 예술, 종교 등을 탐구할 수 있다. 따라서 당면한 물질적 생활 수단을 마련하는 것이야말로 만사의 기초다. 그 기초로부터 국가의 제도, 법적 개념, 예술 심지어 해당되는 주민들의 종교 관념 등이 생성된다... 마르크스는 이 기초를 위한 연구로 생을 바쳤다.” 보금자리, 집이 없이는 우리가 어디로 갈 것인가. 집은 생명의 기초다. 집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의 목숨이란 생각할 수조차 없다. 인간까지도 포함한 모든 생명을 위해, 먹고 마시고 입을 옷과 보금자리를 위해 지금 저 숲이 존재하는 것이다.
집이 현실이라면 하늘은 이상이다. 방안에 머무는 삶만을 산다면 인생은 도무지 심심하고 무료한 관두껑 같을 것이다.
나는 지붕 위, 나무 끝, 혹은 크레인 끝에 올라간 사람들을 종종 목격하고는 한다. 그런 신비가들은 땅의 삶이 하루빨리 변화되기를 기도하는 이들이다. 생존권을 지키는 기도, 생명이 가득한 세상을 위한 기도는 가지 끝, 높은 봉우리에서 시작된다. 신비가들은 지붕에 닿아있는 다락이 있는 집을 찾고, 첨탑이 있는 집에 주로 깃들며 마당에라도 탑을 세워 높은 뜻, 고귀한 가르침을 따르는 기도를 바치기에 열중한다. 하늘과 더 가까워지기 위해 히말라야 고산을 찾고, 집을 구할 때에는 산속에 구하려고 숨이 턱까지 차는 언덕을 걸어 오르는 사람들은 대부분 신비가들이다.
숲의 지붕인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새들, 나뭇잎에 몸을 감춘 새의 둥지를 보아도 우리는 잘 알 수 있다. 자유의 이름인 새는 언제나 높이 솟구치기를 즐겨한다. 그 몸을 깃들어도 높다란 나무의 옆구리에 살짝 내려앉는다. 먹잇감을 찾는 일 말고는 구차하게 아래로 추락하여 온갖 욕망의 맹아들, 날름거리는 소비사회의 뱀들과 어울려 지상세월을 살고 싶지 않은 것이다.
사랑이라는 마음은 늘 위로 솟구치는 성질을 가졌다. 밤하늘 별들이 높이 뜨는 이유도 우리의 이상이 사랑이라는 요소를 한껏 품고 있기 때문이겠다. 이기심과 탐심, 물질에 집착하는 욕망의 인연들은 땅에 우리를 묶고 붙잡아 매려고만 기를 쓴다. 포기하게 만들고, 가라앉게 만들며, 뭉개 으깨어지는 인생을 살게 조장한다. 그러나 사랑의 신비는 그와 다르다. 성탄 첫날 목동들이 보았던 그 별, 그 밝은 별을 보게 만들고, 사람이 사람답게 대접받는 유토피아의 꿈을 꾸게 만들며, 지붕위에서 하늘을 우러러 찬미하고, 부엉이처럼 가지 끝에 앉아 두려운 밤의 어둠을 당당히 맞서도록 이끈다. 우리는 비록 땅에 살되 창공을 향하여 기울고 우러르는 삶을 추구하는 신비주의자가 되자.
오래전에 신비가로 알려진 한 여행자 수피가 있었다. 찬바람이 몹시 부는 추운 날, 머물 처소를 애타가 찾다가 사랑으로 가득한 가족이 사는 집을 마침내 발견하곤 기도하며 문을 두드렸다. 가족은 이 굶주리고 얼어붙은 수피를 집에 들인 뒤 더운 물과 김이 폴폴 나는 따듯한 음식을 내어 주었다. 너무도 행복해진 수피는 감사의 기도를 드릴 때 이 가족을 위해 어떤 기적 하나라도 허락하여 주길 간구했다. 수피는 지하의 손님방에서 단잠을 청할 수 있었다. 모두 깊이 잠든 늦은 밤, 지붕 위에서 우당탕탕 춤을 추며 환희에 찬 웃음소리가 요란하질 않는가. 가족은 놀라 잠에서 깼다. 집밖에 나가 지붕을 올라다 보니 지하 침소에서 잠을 자던 바로 그 수피였다. 사다리도 없이 어떻게 지붕에 올라갔는지 도무지 신기한 노릇이었다.
“수피여! 이 늦은 야밤에 지붕에서 무슨 일이랍니까. 그리고 대체 사다리도 없이 어떻게 그 높은 지붕에 올라갈 수 있었습니까?” 기쁨으로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수피가 대답했다. “이건 기적입니다. 난 지하 침소에서 잠이 들어 있었는데, 갑자기 내 몸이 하늘을 향해 추락하지 뭡니까. 저 멀고 깊은 하늘로 추락할까봐 지붕을 세게 붙잡았지요. 이후 나는 이것이 기적인 줄 깨닫고 하늘로 추락하는 영광을 입으러 다시 손을 놓았습니다. 그런데 더 이상은 추락하지 않는 겁니다. 그래서 실망도 되었지만, 아! 나는 이것만으로도 너무너무 기뻐 춤을 추고 있는 것이랍니다.” 새처럼 나뭇가지 위에 앉아있는 모습으로 지붕에서 수피는 환희에 찬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구름 한점 없이 높은 가을하늘을 지나 눈이 쏟아지는 겨울하늘... 우리는 그곳으로 추락하는 존재였으면 좋겠다. 추락하다 어느 지붕에 걸리면, 어느 나뭇가지에 걸리면 노래하고 춤을 추자.
직직 잡음이 절반인 라디오에서 소년소녀 합창단의 크리스마스 캐럴이 들리니 반갑고 기쁘기 한이 없다. 마치 소원대로 하늘로 추락한 수피나 된 듯이 흥겨운 어깨춤과 노랫소리가 그려지는 것 같다. 이 구운 기와를 뒤집어쓴 황토 흙집에 지내며 나는 부엉이처럼 웅크린 세월이다. 다코타 인디언 수족의 예언자도 이렇게 외딴 마을에 홀로 지내며 가죽으로 된 천막에 불을 피운 채 겨울을 났다고 전해진다. 천막에서 다가오는 세상을 예측하고, 때로는 누구도 볼 수 없는 환영을 보기도 했다. 조상의 정령들을 만나고 환시와 환청을 통해 시공을 초월하기도 하며, 자연에 대한 연민과 사랑에 가득 차 한 가지 언어로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러다가 어느 축제날이 되면 그는, 예언자는, 하늘로 추락하는 사람이 되어 흥겨운 가락에 춤을 추기 시작했다.
얼음으로 둘러쌓인 북극 바다를 가르는 쇄빙선처럼 풍랑과 맞서 싸우는 목숨들. 그러나 하얀 비행기를 타고 또 하늘을 날고 싶은 것이 우리가 아닌가. ‘나쟈르 본죽!’, 이슬람어로 ‘신은 알고 있다’라는 뜻. 터키나 중동 여행을 하다보면 어디나 붙어있는 이 문구를 나는 어느 때나 기억한다. 우리의 소원을 신은 미리 알고 현실로 베풀어준다. 하늘로 추락하기 위해 가벼워진 나무들과 새들은 신만큼 먼저 알고 있으리라. 그들의 소원대로 저 하늘은 머잖아 그들의 품, 그들의 돌아갈 처소... 하늘을 향해 날아가지 않는 비행기는 지상으로 어김없이 추락할 뿐. 하늘을 끊임없이 우러르는 삶을 살지 않는 사람의 영혼은 불행과 변명으로 결국 파멸하고 말리라. 그러나 마음을 하늘에 두면 우리는 마침내 지붕위에서 덩실덩실 춤출 수 있다. 부엉이와 함께 나뭇가지에 앉아 어두운 밤을 응시하는 예지력을 갖게 된다면, 그대는 새로운 세계에서 새 목숨을 이어받는 축복을 안으리라.
크리스마스의 아기 예수는 위기의 별과 수난의 복판으로 추락했으나 기적처럼 다시 하늘로 추락할 수 있었다. 이를 다시 말하자면 승천이고, 달리 새기자면 깨달았다는 말씀이겠다. 그는 부엉이처럼 십자가 나무 위에 앉아 어둠을 오래도록 응시했다. 겨울을 만났으나 결코 두려워하지 않았다. 배고프면 쥐를 잡아먹고, 눈보라치면 둥지에서 온기를 나눴다.
부엉이는 야간 식별능력이 뛰어나다. 귀가 누구보다 밝은 날짐승이다. 이 무지와 무명의 세상에 부엉이는 누구보다 강인한 전사가 아니런가. 그는 수피처럼 높은 곳으로 추락하여 환희에 찬 눈빛으로 우리들을 지켜본다. 높은 가지 끝에서 부엉이의 러브레터는 쓰여 지고 있는 것이다. 저 멀리 안드로메다에서도, 북해도의 유성이 흐르는 밤바다에도, 님의 향내를 품은 아카시아 나무의 끝에도 부엉이는 앉아있다. 밤을 지키며 가지 끝에 앉아 끊임없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음이렷다.
우리는 지나치게 분주히 살아가면서 많은 소중한 시간들을 놓치고 있다. “매일 8시간씩 성실하게 일하면, 승진해서 매일 12시간씩 일할 수 있게 된다.” 뉴 햄프셔의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의 농담이다. 진창 일만 하다가, 바삐 달려가다가, 우리는 아름다운 집과 정원과 숲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라디오 헤드’의 노래가 오늘 이 산골짝에서 들은 마지막 노래였는데, 노랫말이 프로스트의 말과 매일반이다. “쓰레기장이 되어버린 이 가슴... 일(Job)은 사람을 죽이고 있어. 치유 안 될 상처만 남겨. 넌 너무 지쳐 보이고 불행해 보여. 정부를 무너뜨려야 해. 그들은 우리를 대변해주지 않아. 고요한 생을 살고파. 아름다운 집과 정원에서...” (No Surprises)
힘없는 들짐승, 물고기의 집을 빼앗는 것도 모자라 사람이 사는 집들조차 빼앗고 허물면서 우리가 달려온 문명의 현실은 끔찍하다. 우리 스스로를 80미터 낙차의 이구아수 폭포보다 더욱 끝간 없는 나락으로 떨어트리고 있음이다. 더 난폭하고 저질스럽고 추하며 더 미련스러운 퇴보와 후진을 지속하고 있는 게 아닐까. 든 것 없이 요란한 목소리들만 세상에 가득 차고, 유행이라는 천박함이 문화를 대변하고 있는 건 아닐까. 이 어둠의 세계에서 과연 높고 위대한 영혼의 목소리는 어디서 들을 수 있단 말인가. 부디 그대가 부엉이 수피를 만날 수 있기를... 산등성이 옹달샘에서 고갈되어가는 영혼의 목을 축인 뒤 차디찬 뺨을 어루만지며 걸어보라. 어딘가에 그대의 부엉이가 기다리고 있을 터.
옛날 한 커다란 성에 아주 큰 부자인 늙은 성주가 살고 있었다. 그는 대궐 같은 집과 지평선 가득한 땅, 게다가 금은보화를 꽉 채운 보물단지도 수십 개나 있었다. 부러울 것이라곤 없는 그였지만 나이가 들어 건강이 늘 염려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길 지나던 탁발 수도승이 이런 소문을 내고 사라졌다. “이번 주 안으로 이 성에서 가장 큰 부자가 죽게 되리라.” 이 소식을 들은 성주는 납작 엎드려 죄를 회개하고 두려움에 떨면서 죽을 날만을 기다렸다. 하루가 가고 이틀이 지나고 사흘 나흘, 마침내 일주일이 지났는데도 건강에 문제가 없고 멀쩡했다. 마침 그 수도승이 성에 다시 나타났다는 보고를 받고 성주는 그 수도승을 붙잡아 자초지종을 물었다. “오늘 아침 성문에서 얼어 죽은, 노래하는 거지가 있었답니다. 이 추위에 집도 없이 그는 불쌍하게 죽었지만 베드로가 지키는 천국 문에 들어갔지요. 그는 이 성에서 가장 큰 부자였습니다. 하루 구걸한 음식으로 생활했으며 어떤 금고도 따로 두지 않았습니다. 대신 그는 마음이 부자여서 항상 성문에 자리를 깔고 피리를 불며 노래를 들려주었지요. 성주님! 금은보화나 넓은 토지는 진정한 부의 목록에 들어가지 않는답니다. 그는 높고 위대한 가르침을 좋아하였으며, 항상 겸손하게 무릎을 꿇고 성문 앞에 자리하면서 행인들의 평화를 기도했지요. 저는 그 거지 할아범의 죽음을 예언한 것입니다.” 성주는 그날로 큰 회심을 하고 전 재산을 내놓아 굶주린 성민들을 배부르게 보살폈다고 한다.
아무리 큰 성을 가졌다 해도 이 노래하는 거지만큼 부유하지 못한 삶들은 허다하다. 공허와 싸우는 건축물 따위로 인류의 자랑을 삼을 수만은 없는 존재들이다, 우린. 자연과 합일하고, 평화를 지지하며 툰드라의 밤바람에 자작나무가 비벼대는 그 소리 또한 한번이라도 듣고 떠나야 하는 여행자가 되라. 밤을 지키는 올빼미과 날짐승 부엉이의 눈동자를 신도증 없이도 산길을 올라가 만날 수 있기를... 변화와 아픔을 견딜 수 없는 족속들도 산을 쩌렁 울리는 오래된 한 소리를 찾아 거동해봄은 어떠한가. 눈이 내려 온 세상이 환해진 밤, 크리스마스의 밤, 부엉이는 낮부터 쓸쓸하게 울고 은둔하거나 실종된 진실은 곰이 잠들었던 굴의 온기에 깃들었으리. 발에도 고막이 달려있나니 그대 부디 산길에서 그 목소리 들을 수 있기를...
새벽참 빗물에 섞여 첫눈이 솔솔 내렸다. 날이 갈수록 닿아가는 이 손금으로 첫눈을 받았다. 많은 남자를 사랑했던 한 여자의 수줍음 같은 것일까, 아쉬울 시간도 없이 녹아버린 첫눈. 산자락 이 처소에 쪼그리고 앉아 있으면 나는 마치 부엉이가 된 듯해. 예서 오래도록 아랫녘을 응시하고는 했다. 휘파람 지나가듯 기러기 날아간 하늘과 심근경색으로 급사한 장부의 상여 떠난 길, 안쓰러운 이별들을 구경하고는 한다. 사타구니 밑 봉인된 선을 만지면서 오줌을 눈 기억이 있는가. 나는 여기 산꿩이 헤집어 놓은 풀숲에 쪼그려 앉아 별똥을 누기도 하는데, 이 생명의 지퍼선이 연결된 우주 끝 마지막 봉인은 누군가와 비밀스러운 사랑일 거라고 철썩 같이 믿는다. 오! 비밀스러운 어루만짐이여. 인류의 마지막 섹스와 마지막 출산과 마지막 크리스마스여... 물욕도 육욕조차도 다 부질없다 싶을 때 시작되는 사랑을 기대한다. 이 누더기별에서 만난 깨달음, 사랑의 신비는 찬바람이 불때마다 괴로워했던 마음들을 죄다 씻어줄 것이리라.
날 기다리고 있던 부엉이를 보았다
엄밀히 말하자면 부엉이의 눈을 보았다
두 존재의 눈알이 마치 지구와 달처럼
마주보고 섰을 때 별의 그늘인 어둠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사랑이었다
첫눈에 알아보았나니 오랜 침묵과
괴로움과 가난이 기른 영물의 좌선
흰 눈이 내려도 그는 꿈쩍을 않고
별이 기울 때까지 짱짱한 기다림이여
성급한 마음들로 다치는 세상에서
오래도록 누군가를 기다리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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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는 시인이자 목사다. <앵두 익는 마을>, <참꽃 피는 마을>, <예수 동화> 등을 썼다. <여행자의 노래>, <멜랑콜리 맨> 등의 음반으로 여행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담양 병풍산 자락 숲속에 고요히 머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