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쩌렁쩌렁한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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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찌하여 나라들이 술렁대는가? 어찌하여 민족들이 헛일을 꾸미는가?
- 야훼를 거슬러, 그 기름 부은 자를 거슬러 세상의 왕들은 들썩거리고 왕족들은 음모를 꾸미며
- "이 사슬을 끊어버리자!" "이 멍에를 벗어버리자!" 한다마는
- 하늘 옥좌에 앉으신 야훼, 가소로워 웃으시다가
- 드디어 분노를 터뜨려 호통치시고 노기 띤 음성으로 호령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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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거룩한 시온 산 위에 나의 왕을 내 손으로 세웠노라."
- 나를 왕으로 세우시며 선포하신 야훼의 칙령을 들어라. "너는 내 아들, 나 오늘 너를 낳았노라.
- 나에게 청하여라. 만방을 너에게 유산으로 주리라. 땅 끝에서 땅 끝까지 너의 것이 되리라.
- 저들을 질그릇 부수듯이 철퇴로 짓부수어라."
- 왕들아, 이제 깨달아라. 세상의 통치자들아, 정신을 차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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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건되이 야훼께 예배 드리고 두려워 떨며 그 발 아래 꿇어 엎드려라.
- 자칫하면 불붙는 그의 분노, 금시라도 터지면 살아 남지 못하리라. 그분께 몸을 피하는 자 모두 다 복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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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잘한 물고기의 입질에 잔물결로 술렁이는 찌를 바라본 일 있었는가. 물밑에서 얼굴을 감추고 수줍게 유영하던 낯선 하느님(Deus alienus). 바스락거리던 기척이 전부였던 분이 오늘은 무슨 일이신지 전면에 나타나 우렁찬 목소리로 말씀하신다. 오! 살아계신 님, ‘엘 하이’ 하느님. 졸지도 주무시지도 않으시는 줄은 내 일찍 알고 있었지만(시 121, 4), 부드럽고 다정한 목소리가 아닌 일그러진 표정으로 쩌렁쩌렁 토해내는 호통과 호령. ‘분노를 터뜨려 호통 치시고 노기 띤 음성으로 호령 하신다’. 정의로 기름 부은 자, 정당성을 두루 갖춘 집권 세력, 민중의 지지와 사랑을 한껏 받는 시온의 왕을 세운 분이 누구신가. 바로 우리 주님이 아니신가. 그런데 못된 모리배 놈들이 그 자리를 빼앗으려 호시탐탐 군사 쿠데타와 흑색선전, 불법선거를 획책하고 있으니, 주님 어찌 두고만 볼 수 있으시랴.
유대 땅에선 올리브 열매를 짜서 식용 기름을 얻는다. 호리병에 담아 서늘한 그늘에 보관하는 기름은 ‘생명과 순결, 선택과 구별’을 상징한다. 선지자의 기도로 축성한 기름은 ‘성유’라 하여 엄히 구별하고, 이를 이마에 바르는 걸 도유 의식이라 부른다. 사무엘은 다윗의 머리에 기름을 부음으로 하늘이 택한 사람임을 만방에 선포한다. 메시아라는 말은 기름 부은 자라는 뜻. 그리스도란 말도 이와 같은 뜻이렷다. 하늘이 기름 부은 의인을 모략하고 음해하고 살해하고 테러하는 놈들은 대체 누구란 말이냐. 그들의 끊임없는 공모에도 의인의 명예와 목숨을 돌보시는 분은 오직 우리 주님 한분 뿐.
기름 부은 자는 한(恨)의 사제다. 민중의 메시아인 그는 한을 속량하고 부조리한 현실을 스스로 타개해간다. 자기 땅에서 유배된 서러운 민중들과 하나 되어 ‘똑같이 배고팠던’ 예수(마르 2, 23 이하). 이분을 우리는 메시아로 고백한다. 예수는 성전체제의 헤게모니 블록에 부닥뜨려 한 서린 십자가 처형으로 스러지고 만다. 그러나 부활이라는 민중봉기, 부활이라는 대대적 각성의 들불이 일어나고, 이는 신의 쩌렁쩌렁한 개입의 목소리로 확인되기에 이른다. 정의는 반드시 승리하며, 진실은 언젠가 밝혀지기 마련이라는 상식. 이게 만약 무너진다면 이 행성에서의 인생이란 얼마나 참담한 운명이겠는가.
두려워한다는 뜻의 히브리어 ‘야레’는 주님께 대한 ‘경외로움’을 가진다는 뜻이다. 힘에 굴복하여 느끼는 공포와는 갈래가 사뭇 다른 표현이겠다. 주님을 경외하지 않는 삶이란 오만불손하고 시건방진 목숨이렷다. 복된 삶, 행복은 ‘아스레이’라 한다. 이는 ‘걷다, 움직이다’는 뜻에서 온 말이다. 아스레이의 어원은 ‘여살’인데, 올바르며 의롭다는 뜻이다. 정의로운 행진, 정의의 행동이 바로 행복이다. 행복은 바로 정의에서 비롯된다. 복된 삶은 정의 없이는 만질 수 없는 심해의 귀한 진주 알갱이다.
시편 1장에서 이미 쓰인바 있는 아스레이는 2장을 마무리하며 다시 한번 쓰인다. 복되고 복되어라. 의인의 길을 걷는 자여! 그래 어떤 학자는 1장과 2장을 하나의 노래로 주장하기도 한다. “행복하여라 그분께 피신하는 사람‘(시편 34, 9) 피신처인 시온은 예루살렘 동편 키드론 골짝과 서편 띠로페온 중간에 서있는 언덕배기다. “바빌론 강기슭 거기에 앉아 시온을 생각하며 우노라”(시편 137, 1) 히브리인들은 시온이라는 말 한마디면 볼따구니에 눈물이 주륵 흐르고 만다. 시온은 그들의 고향이고 본향이며 어머니의 젖가슴이고 아버지의 굵은 팔베개다. 시온은 주님이 마련해주신 피신처. 그대의 시온은 과연 어디인가? 생각하면 눈물 젖는 그 곳. 지상의 수많은 시온을 제발 무너뜨리지 마라. 바수고 깨고 뒤엎고 시멘트를 쏟아 부어 파괴하지 마라. 주님의 이런 쩌렁쩌렁한 목소리, 시방 들리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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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의진은 시인, 목사다. <남녘교회> 담임 목사를 역임했으며, 현재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위원이다. 펴낸 책으로 <참꽃 피는 마을>, <예수 동화>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