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에 걸린 얼굴
여행하면서 가끔 현지 주민의 가정을 방문하게 되는데, 벽에 걸린 사진들이 재미있다. 어떤 집엔
좋아하는 정치인이나 가수들의 브로마이드가 벽 한쪽을 장식하고 있기도 하다.
천년묵은 지네처럼 다닥다닥 발로 붙은 세월들이 찌든 때와 함께 눌러있는 중국의 어떤 촌락에서
나는 마오쩌뚱의 사진을 만났다. 천안문 광장이 아닌 이 시골 구석까지 왜 그는 사진이 되어
걸렸는가. 얼굴이 되어 남았는가.
때론 예수의 얼굴이 걸린 교회나 성당, 수도원에서 나는 그런 생각을 문득 갖고는 한다. 세월을
건너온 그분의 얼굴, 무엇 때문에 나는 저를 바라보고 있는가. 부적처럼? 내 마음의 우상이라서?
그저 사진으로, 그림으로 내걸린 그가 아니라 내 가슴의 사람이었으면 하고 기도할 때
비로소 예수는 내게 있어 '마음에 담긴(걸린) 얼굴'로 변하게 되리라. 벽이 아니라 가슴에 주님을
내걸고 싶다, 모시고 싶다.
(임의진/ 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