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시기 머시기
마실을 가보면 주민들이 불교, 기독교에다가 희한하게도 힌두교까지 믿는다. 말끝마다 시바 시바, 시바신을 어찌나 깍듯이 모시는지 모른다. 그중에 어느 누구가 ‘느그미 시바’ 해버리면 모두 나가자빠져 버린다. 교회 댕기시는 집사님들 사이에도 열 만땅으로 받을 때 시바신의 이름이 결국 등장하고 만다. 첨엔 ‘아이고 아부지’ 하다가도 끝판에 ‘시바 어쩌고 저쩌고’다.
말이 끊길 때 쯤에 무조건 시바를 연결 단어로 사용하는 을덕씨 같은 분들은 시바신의 열성 신자일 것이다. 허기사 차도로 안다니고 인도로 다니는 분들이니 모두 인도인들이 맞긴 해.
게다가 국가별 언어까지 다양하게 사용하신다. 그래부러 요래부러 저래부러 프랑스어 불어(~부러)가 제2외국어다. 불어 말고도 독일어가 사용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랬당케 저랬당케, 당케가 그렇다. 당케가 들어가는 말은 소문을 퍼트릴 때 사용되는데, 당케의 확신에 찬 어조는 ‘완전 종결’에 다름 아니렷다. 또 맞장구를 쳐줄 때 ‘그라재’ 하면 된다. 그라재 하면 무조건 동지가 되는 것이다. 그라재로 엮어진 동지는 피를 나눈 혈맹에 가깝다. ‘머시 그란당가’ 해버리면 그 시로 전쟁이다.
애교를 부릴 때 말끝마다 ‘잉’을 사용하면 좋다. 그래잉 맞아잉... 무조건 한통속이 될 수 있다. ‘아니재잉’해도 이건 완곡한 표현이라 편안한 분위기에서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남녘말에서 가장 중요한 말은 역시 거시기 머시기다. 도대체 거시기와 머기기는 무엇이란 말인가. ‘감’이 아니면 알아먹기 어려운 말이다. 알아듣기가 아니라 이건 정말 알아먹기다. 귀로는 알 수 없는 소리가 분명하다.
“거시기가 뭐래요?”
“거시기가 머시기재 뭐라여.”
“엥?”
얘기하는 도중에 생각나지 않으면 무조건 거시기 머시기 둘러대면 된다. 나도 설교 중간에 갑자기 다음 말이 생각나지 않으면 거시기 머시기 얼렁뚱땅 둘러대 버린다. 그러면 교인들이 대충 감으로 알아차리고 ‘때려 맞춰서’ 이해하시는 거 같다. 설교 끝나고 “아까침에 거시기 하시던 부분 말입니다잉. 그게 도대체 뭔 거시리랍니까요?” 따져 물으시는 거시기한 분은 절대로 없다. 학식이 많고 분별심이 강한 교인들을 상대로 설교하며 살지 않아서 편하고 좋다. 흐흐.
마을 어르신들과 날씨를 화제로 인사를 나눌 때도 답이 거시기 하시다.
“어르신 나오셨습니까. 금방 비가 올 거 같구만요”
“그라요. 날이 거시기 하요야”
“건강 살피시고요. 그럼 전 가보겠습니다.”
“예, 목사님. 오늘도 거시기 하시쇼잉”
거시기로 시작하여 거시기로 끝나는 이런 대화로 가득하다. 이 동네에서 말하고 살기 참 거시기 머시기하다. 들을 귀 있는 자는 들어라~렷다.
그러나 더더욱 깊이 알게 되었다. 사랑하면 어떤 말이라도 쏙쏙 들린다는 것. 사랑할 때 비로소 말이 통한다는 것.
(1998/ 남녘교회 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