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진의 시편 읽기]
1장 의인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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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되어라. 악을 꾸미는 자리에 가지 아니하고 죄인들의 길을 거닐지 아니하며 조소하는 자들과 어울리지 아니하고,
- 야훼께서 주신 법을 낙으로 삼아 밤낮으로 그 법을 되새기는 사람.
- 그에게 안 될 일이 무엇이랴! 냇가에 심어진 나무 같아서 그 잎사귀가 시들지 아니하고 제 철 따라 열매 맺으리.
- 사악한 자는 그렇지 아니하니 바람에 까불리는 겨와도 같아.
- 야훼께서 심판하실 때에 머리조차 들지 못하고, 죄인이라 의인들 모임에 끼지도 못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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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한 자의 길은 멸망에 이르나, 의인의 길은 야훼께서 보살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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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편은 히브리인 떠돌뱅이 집시들의 노래다. 사막의 여행자 예수도 시편에 담긴 시를 낭송하길 즐겨하였다. 시편은 가난뱅이 밑바닥 민중들이 바치는 소원들이 낱낱 샅샅 적힌 시집 한권 분량이다. 남루한 처지를 비관하여 시종일관 음울하거나 절절한 것은 아니다. 보라! 사랑에 빠진 연인의 입술처럼 달디 단 꿀이 행간마다 묻어나 있다.
정의의 노래란 고통어린 삶을 견뎌내며 오롯하게 저항하는 민중의 목소리다. 정의는 불의가 전면 장악한 자리에서 더욱 확연하게 드러나는 산봉우리다. 어둠이 깊을 때 반딧불이 선명하고, 검은 천공에서야 별무더기가 무수히 빛나는 것처럼...
불의하게 부자가 된 자들의 동네는 냇가에 심지 않아도 나무가 푸른 잎사귀를 틔우고, 제 철이 아닌데도 열매를 맛볼 수도 있는 전천후 자동시스템이 완비되어 있다. 노동하지 않아도 가만히 앉아서 돈을 벌고, 똥을 눠도 남이 대신 닦아준다. 그러나 그 쾌락의 뒷면엔 정의가 보이지 않으며, 가슴 뻐근한 대동의 행복, 한마음의 기쁨일랑 구경할 수 있겠는가. 무엇보다 참된 행복은 주님의 마음에 차고, 그분이 따듯이 보살펴주는 삶일 때 느껴지는 감격이 아니런가.
우리가 꿈꾸는 나라에 대해 미리 알지 못하면 무슨 수로 좋은 나라에 다다를 수 있으랴. 주님을 아는 것, 주님의 나라에 대해 그대는 얼마만큼 지식을 가지고 있는가. 시인들은 예민한 더듬이를 지닌 존재다. 그래 그들이 가진 보물섬 지도와 나침반을 결코 가벼이 여기지 말 일이다. 시편은 손바닥만한 토끼 귀를 종긋 거리고, 툭 튀어나온 호랑이 눈으로 아밀조밀 읽어내려야 한다.
길동무(Companion)란 밥을 함께 먹고, 빵을 나누는 사이를 말함이다. 우리는 나눔의 공동체로 하나가 되었다. 서로의 짐을 가볍게 한 뒤에 한사람이라도 더 승선한 99%의 긴밀한 연결망이요 구원의 방주(Community)가 그리스도인의 모임처다. 악인이란 한마디로 나누지 않는 욕심쟁이를 가리킴이다. 그들 1%가 탄 배는 꽉꽉 쟁인 무게에 못 이겨 결국 침몰하고야 말 것이다.
북미인디언 미크맥어로 두려움이란 ‘루웨흐우디’다. 루웨흐우디는 탐욕과 물질주의에서 비롯된다고 주술사들은 말한다. 이를 물리칠 유일한 힘은 '용기’ 뿐이란다. 의인의 길은 용기를 가진 자, 용감한 사람이 걸어가는 길이다. 불의란 부끄러운 모든 행위다. 거짓과 반칙과 욕심을 용기 있게 거절하고 정의의 편에 서는 것. 이는 주님의 나라로 차박차박 나아가는 집시 떠돌이들의 '일관되어야 할' 여행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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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의진은 시인, 수필가다. <남녘교회> 담임 목사를 역임했으며, 현재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위원이다. 펴낸 책으로 <참꽃 피는 마을>, <예수 동화>등이 있다. 구약성서 시편을 함께 읽어 내려가는 새 마당을 가톨릭뉴스 <지금 여기>에 격주로 연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