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꺠춤 임의진, 떠돌이 별이 머무는 집
     
 

게시물 475건
   
[임의진의 시골 편지] 개 돼지 염소/ 경향신문
글쓴이 : master 날짜 : 2016-07-13 (수) 12:43 조회 : 1,689
글주소 :


개 돼지 염소 


암팡지게 생긴 아기 돼지들이 꿀꿀이죽을 나눠먹고 뛰놀던 집. 거무뎅뎅한 피부에다 머리엔 쇠딱지가 달라붙은 아이들이 그 집에서 또래처럼 같이 자라났다. 요마마한 강아지들은 얼마나 또 귀엽고 재미나던가. 시들방귀나 뀌던 할아버지. 숨을 고르며 초록풀이 무장한 데다 염소를 메고 돌아오면 묵은 김치에 강피밥이라도 온 식구 둘러앉아 감사기도를 바쳤던 집. 얼빠진 치룽구니들은 모를 것이다. 다복했던 사람들의 아름다운 기억과 소망을. 먹고 살기위해서만 사람이 사는 게 아니다. 

인도의 큰 스승 라마 크리슈나의 제자 중에 공부를 많이 한 비베카난다가 있었다. 그에겐 갠지즈강의 돌을 주워 신전을 꾸민 깔루라는 도반이 있었는데 이게 늘 못마땅했다. 신은 마음속에 있는 것이지 돌 따위에 있지 않다고 깔루의 어리석음을 쏘아댔다. 아랑곳 않고 깔루는 사원에다 부지런히 돌단을 쌓고, 쓰러질 거 같은 초막에단 돼지와 염소를 길렀다. 깔루를 따르던 개와 원숭이들은 깔루를 볼 때마다 졸졸 뒤를 따랐다. 성난 이빨을 드러내는 법이 없었다. 스승 크리슈나는 머리와 재기만 발달해서 항상 날이 서있는 비베카난다를 꾸짖었다. “그대의 열쇠는 앞으로 내가 가지고 있겠네. 그대는 아이 같은 순수함이 없으니 위험한 인물이야.” 비베카난다는 요가와 명상으로 정진했으나 스승이 가져간 깨달음의 열쇠를 돌려받지 못했다. 죽기 사흘전에야  비로소 무릎을 쳤다. “머리로 살지 않고 마음으로 사는 법. 겸손하고 순수한 삶을 사는 일이야 말로 신에게 이르는 최선의 길임을 내 이제야 알았노라.” 

집집마다 돼지 한 마리씩은 키울 것이다. 돼지 저금통. 나도 한 마리 있지. 오백원짜리 백원짜리 어쩔 땐 지폐도 몇 장. 해마다 성탄절엔 이걸 쪼개서 나눈다. 돼지가 멀리 아프리카에 가는 해도 있고 북한 빵공장에 가기고 하고 세월호 팽목항으로... 시방 통의동 한옥집에선 백기완 어르신과 문신부님 전시가 있다. 작품은 가난뱅이라 못 사지만 연말에 돼지 저금통이라도 보태련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집 <꿀잠>이 꼭 이 땅에 세워지길. 



<경향신문>






   

게시물 475건
번호 이미지 제목 날짜
300 [임의진의 시골 편지] 간장 종지/ 경향신문 12-14
299 [임의진의 시골 편지] 담뱃불과 촛불/ 경향신문 12-07
298 [임의진의 시골 편지] 고산병/ 경향신문 11-29
297 [임의진의 시골 편지] 사상누각/ 경향신문 11-23
296 [임의진의 시골 편지] 망자의 망초꽃/ 경향신문 11-07
295 [임의진의 시골 편지] 바지락 반지락/ 경향신문 11-07
294 [임의진의 시골 편지] 부사령관 아저씨/ 경향신문 11-07
293 [임의진의 시골 편지] 마리아치 악단/ 경향신문 11-07
292 [임의진의 시골 편지] 오르골 소리/ 경향신문 10-19
291 [밥 딜런 노벨문학상 수상 특집] 구르는 돌멩이, 불멸의 음유시인 밥 딜런/ 경향신문 10-14
290 [임의진의 시골 편지] 시골 군인의 노래/ 경향신문 10-12
289 [임의진의 시골 편지] 선한 미소/ 경향신문 10-05
288 [임의진의 시골 편지] 단식 인생/ 경향신문 09-28
287 [임의진의 시골 편지] 머리를 식히는 방법/ 경향신문 09-21
286 [임의진의 시골 편지] 마추픽추/ 경향신문 09-07
285 [임의진의 시골 편지] 야경꾼/ 경향신문 08-31
284 [임의진의 시골 편지] 태권도 입문기/ 경향신문 08-24
283 [임의진의 시골 편지] 수북면 북방처녀들/ 경향신문 08-17
282 [임의진의 시골 편지] 이파네마에서 온 소녀/ 경향신문 08-10
281 [임의진의 시골 편지] 천렵놀이/ 경향신문 08-03
280 [임의진의 시골 편지] 풀벌레 캠핑/ 경향신문 07-27
279 [임의진의 시골 편지] 선인장과 프리다 칼로/ 경향신문 07-20
278 [임의진의 시골 편지] 개 돼지 염소/ 경향신문 07-13
277 [임의진의 시골 편지] 물방울, 빗방울, 눈물방울/ 경향신문 07-06
276 [임의진의 시골 편지] 섬마을 소금밭/ 경향신문 06-29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