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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의진의 시골 편지] 섬마을 소금밭/ 경향신문
글쓴이 : master 날짜 : 2016-06-29 (수) 11:52 조회 : 1,8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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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마을 소금밭   



한번은 지구 반대편 볼리비아 소금 사막에 갔었다. 지평선 끝까지 거짓말 같은 소금 사막. 설탕보다는 소금. 국수 팥죽 감자까지 나는 소금을 찍어 먹는다.  선인장이 우북이 자란 산을 만났는데 하트모양으로 된 그 언덕에 오래 앉아 보았다. 소금 사막, 땅에 비친 하늘과 구름에 반해 거기 눌러 앉고 싶었다. 돌아보면 여행 때마다 집을 구해 살고 싶은 데가 어지간히도 많았지. 정이 들면 어디라도 고향을 삼고, 사랑을 만나면 온전히 사랑해야지.


신안군 앞바다 두 시간 통통배를 타고 가면 맹금 송골매를 닮았다하여 비금도라 이름 붙인 섬이 있다. 이곳은 천일염 염전이 유명하다. 바다에 맞닿은 땅에 소금밭이 있는데 하얀 보석들이 반짝거린다. 빛과 소금이 되라는 말씀은 인류의 계명. 빛의 땅 담양과 광주에 근거를 두고 살자니 장차는 소금의 땅 신안 섬에 들어가 살면 좋겠다고 만날 입버릇 한다.
나이 먹어 외진 섬마을에 산다면 얼마나 호젓하고 자유로울까. 아무도 그 무엇도 끄덩이를 움켜쥘 수 없이, 지극히 가뿐한 갈매기의 춤을 추고파. 섬사람들은 대개 강인하면서도 정답고 순수한 성질을 지녔다. 흉한 미꾸라지들이야 사람 사는 어디나 있기 마련. 내가 아는 섬사람들 대부분이 나 따위는 근접할 수 없는 인격자였다. 게다가 크레타섬의 니코스 카잔차키스를 비롯 세계의 섬사람들은 얼마나 숭고한 영혼이런가.


엊그제 짬을 내어 훌쩍 비금도에 갔다. 남쪽에 살 때 이런 호사라도 누려야지. 섬을 끼고도는 뱃길이 그림 같았다. 목포 북항에서 배표를 끊고 매점 이모가 끓여주신 라면을 후후 불어먹으며 선상에서부터 황홀경. 바둑왕 이세돌이 태어난 마을 바로 코앞이 염전이었다. 염전 같이 짠맛 바둑을 두는 바둑왕은 섬의 정기를 받고 태어났음이렷다. 섬에서 나오는 길에 소금을 한소쿠리 챙겼다. 이 소금으로 데킬라를 마셔야지. 멕시코 사람들은 데킬라를 마실 때 소금을 살짝 곁들인다. 땀이 나는 여름엔 소금 섭취가 인생의 살길. 신안 섬마을 소금이 없으면 무엇으로 짜게 하리요. 배추김치는 또 어떻게 담그며...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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