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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의진의 시골 편지] 물방울, 빗방울, 눈물방울/ 경향신문
글쓴이 : master 날짜 : 2016-07-06 (수) 20:51 조회 : 1,8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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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방울, 빗방울, 눈물방울


1월은 해오름달, 새해 아침 해가 힘차게 솟아오르는 달. 2월은 시샘달, 잎샘추위 꽃샘추위로 겨울의 끝달살이 달. 3월은 꽃내음달, 남녘에서부터 봄꽃 소식이 들려오는 달. 4월은 잎새달, 저마다 잎들이 초록빛깔로 다투어 우거지는 달. 5월은 푸른달, 마음마저 푸르러지는 모든 이의 즐거운 달. 6월은 누리달, 온 누리에 생명의 숨소리로 가득차고 넘치는 달. 7월은 빗방울달, 초록잎사귀들 신명나는 장맛비 내리는 달. 8월은 타오름달, 불볕더위로 하늘과 땅, 가슴조차 타는 달. 9월은 열매거둠달, 가지마다 논밭마다 열매 맺고 거두는 달. 10월은 온누리달, 누리 가득 달빛 그윽하여 넉넉한 달. 11월은 눈마중달, 가을에서 겨울로 달려가는 첫눈 내리는 달. 12월은 매듭달, 몸과 마음을 가다듬는 한 해의 끄트머리 달. 

오래전 내가 이렇게 달이름을 지어 나눈 뒤로 7월은 어김없이 빗방울이 세차게 날린다. 장맛비에 젖지 않도록 우산을 앞세우고 길을 걷는 당신. 우리들 손을 꼭 잡아주는 우산 손잡이가 있다. 내가 우산을 만지듯 우산도 나를 꼭 붙잡고 놓아주지 않으면서 매만지는 것이다. 빗줄기가 아무리 세차도 우산이 있으면 머리칼이 젖지 않아. 당신이 내 곁에 있으면 아무리 험한 세상일지라도 이겨내며 살아낼 용기를 얻듯이 말이다. 나의 우산이신 당신을 사랑합니다!  

우기엔 서재에 꽉 찬 책들과 장롱 속 이불과 옷가지들, 갓방에 통기타까지 모두 눅눅하고 습한 얼굴들이다. 이럴 때 보일러를 좀 돌려주고 난로에 장작불도 조금 지펴줘야 한다. 방바닥 훈기야 너 참말 오랜만이구나. 어머니가 안 계신 아랫목은 한없이 허전하고 쓸쓸하다. 벼락치고 큰비 내리면 나가있을 때 어머니께 꼭 안부를 여쭸다. “나는 걱정 말아. 바쁘실틴디 전화해줘서 고맙네잉.” 어머닌 전화를 끊을 때마다 매번 그렇게 말씀하셨다. 전화해주어 고맙다고... 물방울, 빗방울 말고 눈물방울이 맺히는구나. 한밤중에 천둥번개라도 치면 불효한 죄가 하도 많아서 순간 두려움과 부끄러움에 빠져든다. 죄 없는 사람만이 이 뇌성벽력 장마통에 달고 긴 꿀잠속에 빠져드는 것이리라.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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