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표정, 가면을 쓴 사람들
거리엔 사람들이 넘치지만 마음에 그리운 사람이 드문 세상이다. 마르크 사걀의 그림 <첼로 연주자>엔
거리조차 행인 하나 없고, 곁에서 같이 바이얼린 켜는 사람은 난데없이 금수의 얼굴을 하고 있다.
사람마다 누굴 대할 때의 표정을 달리 가지고 있는 것일까. 어떤 장소에선 다른 얼굴로 살아가는 걸까.
강대상 위에서의 사람과 아래서의 사람이 다르고, 사원 안에서의 사람과 밖에서의 사람이 다르다.
자기 가족을 바라보는 표정과 남의 가족을 바라보는 표정이 생판 다르고, 대하는 태도도 다르다.
하느님 앞에서는 죄인이라 하면서 사람들 앞에서는 너무도 뻔뻔하고 당당한 얼굴로 군림하려 든다.
특히 한국에 수백명 총회장들은 왜 하나같이 목아지가 뻣뻣하고 겸손을 무슨 개뼉다구로 집에 던져놓고
나다니는 것일까. 앞에서는 공의를 말하고 뒤에서는 명예를 탐하는 마수와 탐욕의 얼굴들을 내년에는
정말 보고 싶지 않은데...
가난한 이들에겐 거만한 자세로 군림하고, 볼이 통통한 부자들에겐 살갑고 다정한 웃음과 매너로 버선발인
사람들이 이 세상을 슬프게 만든다. 하늘보좌를 버린 예수의 얼굴은 맨얼굴이다. 하느님의 진짜 얼굴...
사람의 진짜 얼굴... 자, 이 가면을 우리 모두 벗을 때가 되었다.
<에큐메니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