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문소리, 만화가 윤태호, 사진작가 노순택씨 등이 성공회대 김창남 교수의 ‘매스컴특강’에서 진행한 강연을 정리해 묶은 책이다.
문소리씨처럼 대중적으로 유명하거나 해당 분야에서 꽤나 알려진 사람들 10명의 직업과 살이에 관한 이야기다. 책 부제는 ‘빽도 후광도 스펙도 없이 진짜 삶을 사는 아웃사이더 이야기’. 강연자 중에는 좋다는 대학을 나온 이들도 있고, 큰 성공을 거둔 이들도 있다. 다만 이들은 ‘빽’을 만들려고도, 후광과 스펙에 안주하려 하지 않았다. 사회 주류와 기득권이 만들어 놓은 길로 편입하지 않고, 제 갈길을 갔다는 공통점이 있다.
노순택씨는 작업 세계와 철학을 이야기한다. 그는 분단 현실을 소재로 재미 없는 사진, 불편한 사진을 주로 찍는다. 전쟁과 분단이 오늘 우리 삶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그에게 “(분단은) 남북한 사회 모두에서 살아 꿈틀대고 발광하는 작동의 괴물”이고, “직설과 은유, 노골과 은폐를 자유자재로 섞어 노는 한반도의 이데올로기”다.
노씨는 학부에서 정치학을 전공했는데, 사진 분야도 주류 ‘학맥과 인맥’이 형성돼 있다. 노씨는 외부배척의 이 ‘패밀리’들이 하나도 부럽지 않다고 말한다. 그는 “내게 필요한 것은 장면을 해독하는 힘, 시선의 정치학이었다. 그런 점에서 내겐 인문사회학을 전공했던 게 되레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평탄치도 순탄치도 않은 길 위에서 각고의 노력으로 원하는 삶을 일군 성공담도 등장한다. 영화로 만들어진 <이끼>로 최고 만화가 반열에 오른 윤태호씨는 그저 다른 길을 간다고 해서 그 삶이 거저 성취되는 것은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 윤씨는 만화학원에 다닐 때 노숙했다. 이동 시간이 아까워서였다. 은사인 만화가 허영만씨의 집을 무작정 찾아가 곡절 끝에 문하생이 됐다. 작가 최인호씨의 시나리오와 송지나씨의 대본을 한글자 한글자 정성스럽게 베끼며 ‘스토리’를 배웠다. <태백산맥>과 <사람의 아들>을 읽을 때는 머리속에 네칸 짜리 만화 공간을 만들었다. 그렇게 단련하며 체득한 삶의 원칙은 “나를 발광(發光)하게 만든 발광(發狂), 그것이라면 예측불허의 세상에서도 지속성장은 가능하다”이다.
영화감독 이창동씨는 문소리씨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오아시스>에서 강한 장애인 연기를 보여주던 때다. “한국 영화계는 굉장히 무서운 곳이다. 너 같은 정신과 내면과 외모를 가진 아이를 한국 영화계는 쉽게 받아주지 않는다. 이제부터 너는 한국 영화계와 굉장한 싸움을 시작한 것과 마찬가지다.” 문씨는 이 싸움에서 이긴 듯 보인다. 그가 말한 비결이다. “레드카펫이 깔리고도 평탄한 길은 아니었다. 두려움에 막막하기도 했고 고민에 빠져 허우적거리기도 했다. 그럴수록 내가 집중한 것은 ‘진정성’이었다. 진심이 전해지는 작품을 만나 진심으로 연기하자.”
시인 목사 임의진은 교회 담임 목사를 관두고, 전남 담양의 골짜기로 들어가 나무와 흙으로 집을 지어 살고 있다. 시와 수필, 동화를 짓고, 노래도 부르며 음반 선곡과 기획도 한다. 그에게 예술작업은 투쟁이고, 땀방울 서리는 노동이다. 그는 “예술가가 될 수 있는 가장 큰 힘은 ‘두려워하지 않고 방황하는’ 데 있다”며 쿠바 사람들이 즐겨 쓰는 ‘NO Tengas Miedo(두려워하지 말라는 뜻의 스페인어)’를 소개한다. ‘오병이어’를 ‘다섯병의 소주와 두마리의 멸치’로 농 하는데, “돈이 없어서 안주가 없다고 얼굴 찌푸리지 않고 소주 다섯 병을 깔 수 있는, 그런 ‘미친 열정’”을 비유한 것이다.
이들과 함께 다큐멘터리 PD 탁재형, 개그맨 노정렬, 1인출판사 대표 윤양미, 칼럼니스트 김소희, 언론인 김영철씨가 삶의 경험담을 풀어냈다. 1만3000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