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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의진의 시편 읽기] 시편 29장 속주머니처럼 따뜻한 사람/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글쓴이 : master 날짜 : 2014-09-09 (화) 19:37 조회 :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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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편 29장 속주머니처럼 따뜻한 사람
   
  하느님을 모시는 자들아, 야훼께 돌려드려라. 영광과 권능을 야훼께 돌려드려라.
그 이름이 지니는 영광 야훼께 돌려드려라. 거룩한 빛 두르신 야훼께 머리를 조아려라.
야훼의 목소리가 바다 위에 울려 퍼진다. 영광의 하느님께서 천둥 소리로 말씀하신다. 야훼께서 바닷물 위에 나타나신다.
야훼의 목소리는 힘차시고 야훼의 목소리는 위엄이 넘친다.
야훼의 목소리에 송백이 쩌개지고 레바논의 송백이 갈라진다.
  
  레바논 산이 송아지처럼 뛰고 시룐 산이 들송아지처럼 뛴다.
야훼의 목소리에 불꽃이 튕기고,
야훼의 목소리에 광야가 흔들거린다. 야훼 앞에서 카데스 광야가 흔들리고
야훼의 목소리에 상수리나무들이 뒤틀리고 숲은 벌거숭이가 된다. 모두 주의 성전에 모여 '영광'을 기리는 가운데
야훼, 거센 물결 위에 옥좌를 잡으시고 영원히 왕위를 차지하셨다.
  
  야훼의 백성들아, 그에게서 힘을 얻고 복을 받아 평화를 누리어라.
 
 
 
출렁이는 바다를 사랑하던 사람도 천둥소리의 빗물을 머금던 대지도 모두 고요한 추수의 절기 안에 깃들게 된 가을이다. 울컥울컥 우기의 비들이 쏟아지던 시간에도 나는 가을이 오리라 굳게 믿었다. 비에 젖어 흥건한 길바닥에 천막을 치고 농성중인 사람들의 곁은 여름에도 겨울이었겠지만, 나는 상수리나무가 뒤틀리듯 꼬이고 무너지는 시절에도 하느님이 주인되는 세상, 참사람들이 숲을 이루는 세상을 믿어 의심하지 않았다. 바로 그것이, 그 마음이 주님을 향한 찬송이겠기에...
 
 
본문은 27장과 비슷한 하느님을 열망하는 찬송시다. 엔게디 협곡 아르곳 와디에 머물때 3000개나 되는 동굴과 샘으로 다윗을 지켜주었던 하느님이시다. 병법에 능통하고 전쟁에 능수능란하여서가 아니라 주님의 돌보심이었음을 시인은 굳게 믿는다. 죽음 가운데서 살아난 시인은, 멸절의 위기에서 숨통을 연 시인은 더운 피가 흐르는 손을 들어 시를 쓰고, 주님을 열렬히 찬미하는 것이다.
 
 
원수에 대한 냉철한 분노만이 시편의 줄기가 아니다. 사막의 교부 아가토 아빠스는 이렇게 말했다. “분노하는 사람은 죽은 사람을 살린다하더라도 하느님 마음에 들 수 없을 것입니다. 마음에 눅눅히 쌓인 분노의 감정 바로 그 점 때문입니다.” 싸우다보면 닮는다는 말이 있다. 악의와 살의를 가진 말들을 줄여야 한다. 속주머니처럼 따뜻한 사람이 세상을 이긴다.
 
진실을 제대로 보게 되면, 허무함이어서가 아니라 나와 다름, 서로가 어긋난 길을 걷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다름은 다른 길로 접어드는 행동으로 각자 펼쳐져야 한다. 너와 싸우다가 나를 보게 되면, 지난하던 싸움의 상대가 대번 바뀌게 될 것이다. 그대는 마침내 차디찬 심장을 가진 자신과 싸우게 될 것이고, 천박한 세상과 동화되어버린 슬픈 자신을 괴로워하게 될 것이다.
 
 
세상은 천박한 것들을 하느님으로 알고 찬양들을 한다. 그러나 진실은, 참된 것은 드높고도 드물어라. 보를레르는 마음속 스승이었던 화가 들라크루아를 가리켜 이렇게 말했다. “나는 대중의 천박함을 증오하는 몇몇 사람을 알고 있다. 대중의 천박함과 멀리 있으려 노력하는 사람들 말이다. 너무 잦은 악수는 품격을 떨어뜨리는 법이다. 그는 범접하기 어려운 다른 사람이다.”
 
 
거짓과 진실을 구별하지 못하는 세상이다. 참다운 옥좌의 주인을 알아보지 못하는 세상이다. 북인도의 스승 붓다는 말씀했다. “베다와 우파니샤드에는 진리가 없다. 아름다운 말을 경계하라, 철학적 사색을 조심하라. 논리를 갖고 따지는 것으로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 침묵하라. 머리 속에서 베다를 내던져라. 그래야 진리에 깃들 수 있다.”
 
세상의 천박한 것들에 대한 찬양을 멈추어야 한다. 영적으로 깨어 있는 사람만이 하느님을 찬양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이 성자이고 죄인입니까. 스승이 대답했다. “깨어있는 자가 성자이고 저기 저 잠들어 있는 자가 죄인이다.”
 
 
항상 깨어서, 살아서 움직이는, 온기 있는 사람들은 속주머니처럼 따뜻하다. 그러나 차디찬 얼음 땅에 잠들어 진화하지 못하고, 성찰하지 못하고, 향상되지 못한 마음으로 앙칼진 성질만을 키우고 살다보면, 그 열등감과 경쟁심, 복수심 따위가 자신을 한없이 파멸시켜 버린다. 진실도 거짓도 모두 헝클어져버리고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되고, 사는 대로 믿어버리게 되는’ 더 이상 브레이크가 없는, 친구 없는 외톨이가 되어버릴 수 있다.
 
 
주님을 바라보고 사는 사람들은 까막까막 조는 저녁 무렵에 항상 기도를 바친다. 나를 보게 해달라고... 나를 새롭게 정비하여 살도록 용기 주시라고... 가슴에 온기를 품어 씨앗을 키우게 해달라고...
 
 
 
<가톨릭뉴스 지금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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