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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의진의 시골 편지] 오! 수국/ 경향신문
글쓴이 : master 날짜 : 2014-06-18 (수) 16:34 조회 :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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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수국
 

떼지어 헤엄치는 물고기처럼 거리응원단까지 ‘대-한-민-국!’ 함성이 드높은 때다. 하지만 우리 동네 주민들은 딴 세상 사람들 같아. 성령을 한번 받아보려고 멀리 읍까지 새벽부흥회 나가는 교인들이나 꼭두새벽 움직이시지 대부분 천근만근 무거운 몸뚱어리들. 전파가 잘 잡히지도 않는 테레비를 붙잡고 브라질 시간대에 맞춰 ‘고오오올~’ 연호할만한 기력조차 없음이렷다. 게다가 슬로우 시티 담양에 사는 즐거움을 어찌 포기할 수 있으랴. 늦잠은 기본이고 낮잠은 보너스. ‘한국’은 친일파 잔챙이들이 여태껏 재물과 권력을 싹쓸이해가는 슬픈 나라의 이름. 다행스럽게도 삼천리 반도 금수강산 산골짝 마당은 순결하고 정결한 ‘수국’의 나라. 6월 민주항쟁의 화이트칼라처럼 말쑥하게 차려입은 수국은 온 세상 사람들이 환히 웃는 진일보한 하루를 힘차게 응원하는 거 같다. 한국만큼 수국은 아름답고 소중한 이름. 물국화 수국의 나라에 장마구름이 몰려오고, 나와 당신은 경이로운 자연을 경배하며 찬미한다.
 
“모든 것에 경이로움을 깨닫는 아이처럼 항상 주변 세계에 관심을 갖기를. 그리고 작은 풀과 꽃떨기부터 저 멀고 먼 행성에까지 모든 피조물을 향한 사랑과 경배의 마음을 가지라. 그래야만 조화로운 삶을 살 수 있다.”(인디언 모히칸족)  

수국 꽃이 만개하는 이맘때는 하늘이 장맛비를 몰고와설랑 원도 한도 없이 물을 쏟아 부어준다. 바닥까지 드러냈던 저수지도 수국 덕분에 만수가 되고, 애타던 채마밭도 수국 덕에 해갈의 기쁨을 얻게 된다. 남미를 여행하면서 나는 수국처럼 갈증에 시달려 물통을 항상 옆구리에 끼고 살았다. 무조건 ‘신가스 아구아(맹물)’를 확보해 놓아야 안심이 됐다. “물 좀 주소! 목마르요...”... 한대수 아저씨처럼 괄괄거리는 목소리로 만날 물타령이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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