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이방인, 클라우드 스트레인저(Cloud Strangers)의 붉은 뺨과 눈물과 온기
구름과 물과 공기, 바람에 천착해온 화가 강운. 그의 떠도는 구름들을 불러 모아 메이홀 2, 3층 전시장에 멈춰 세웠다.
느닷없이 마련한 이 전시회는 붉은 뺨과 눈물과 온기로 채워진 하나의 구름덩어리다. 지난 2일부터 메이홀 4층에선 목판화가 류연복의 <5.18 십자가전>이 열리고 있는데, 숲에서와 같이 나무와 구름은 하나 버성기지 않고 다정하며 평화로우리라 여겨진다.
강운은 “하늘을 날며 자유롭고 변화무쌍하게 유희하는 구름의 무상하고도 방만한 몽상”과 ‘구름 운(구름)'자로 얻은 이름과 생애, 그 숙명에 대한 이야기들을 줄곧 꺼내 놓고 있는 작가이다. 구름의 쓸쓸하고도 더딘 밤의 속사정을 들려주기도 하고, 때론 지루하고 진부한 삶에서 올려다본 형언할 수 없이 푸른 눈빛의 경외이기도 했다.
되새 떼의 비상 같이 놀라운 광경처럼 폭우를 실은 구름이나 태풍에 이끌려온 검은 구름도 그저 한편의 여행담이요 이방인의 모습일 따름이겠다. 금세 언제 그랬냐는 듯 온순한 뭉게구름이 하늘을 채우고 있지 않던가.
인생은 한편의 구름놀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강운 작가는 개의치 않고* 당신이 사랑하는 구름을 계속 불러 모아 목장의 양떼를 치기도 하고, 라틴 댄스곡에 맞추어 살사를 배우기도 하고, 팔짱을 낀 가족들과 소박한 산책을 즐기는 일이, 그런 소박한 일상이 축복임을 고백하는 시간을 자주 갖게 되기를 기도한다. 친구들이 마련한 이번 전시회는 그 어떤 전시회보다 따뜻하고 온기 넘치는 봄기운이 되리라 확신한다. 무등산을 드리운 새하얀 구름을 사랑하듯 우리는 강운을 솜사탕처럼 아끼고 사랑한다.
* 한 여인이 말기암 투병중이란 소식을 들었다
2015. 2. 9
임의진(메이홀 관장, 경향신문 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