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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편지] 옴 샨티 샨티/ 경향신문
글쓴이 : master 날짜 : 2011-01-26 (수) 17:28 조회 : 2,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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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 샨티 샨티
 
 
두껍게 언 얼음장 밑으로 민물고기떼 어룽더룽 비친다. 각시붕어, 버들가지, 쉬리, 줄납자루, 송사리떼... 산개울로부터 물막잇둑 앞까지 왁시글덕시글 모여 살면서 아기들을 낳아 잘도 키운다. 여름내 악동들한테 괴롭힘을 당하다가 얼음이 얼면 비로소 물고기들은 그 보호막 아래서 발 뻗고 지낼 수 있다.
 
손끝 하나 담글 수 없이 차가운 얼음물 속에서 꿋꿋하게 살아내는 물고기 가족들. 간밤에 난분분 폭설, 얼음은 더 두껍고 묵직해졌겠다. 얼음장은 물고기들의 어루화초담이요 한파 속에서 목숨을 보장해주는 튼실한 성곽이다. 굶주린 산짐승들이 행여 물고기까지 넘보지 못하도록 하늘의 돌보심이기도. 강냉이죽에 개떡 수제비라도 자족한 얼굴이 있듯 개울물만큼 깨끗한 눈망울을 하고 순하게 헤엄을 치는 녀석들을 보면 혼탁한 세상에서 탁류를 일으키며 사는 우리 자신이 부끄럽고 면목조차 없어라.

엄마 곁을 떠나지 못하는 움펑눈이 아기 물고기는 내시경 화면 속에서나 보일법한 작은 생명체다. 새봄이 되면 아기 물고기도 엄지손가락만큼 굵어질 게고, 용감한 아이는 물막잇둑을 넘어 먼 강물까지 여행을 떠나기도 할 것이다.

나는 인도나라 집시 바울의 노래를 읊조리며 물고기에게 문안한다. “옴 아모카 살바다라 사다야 시베훔. 저마다 정성을 다해 베풀게 하소서. 저마다 지닌 음덕으로 보살피게 하소서. 신성한 경지 브라흐마의 명예를 구할지라도 굶주린 하얀 이빨엔 잡아먹히지 않도록, 신이시여! 지켜주소서. 옴 샨티 샨티.”
 
진둥한둥 하는 일 없이 바삐 지내다 개울가로 놀러가니 ‘샨티’가 절로 나온다. 생명과 평화를 빌어주는 말 샨티. 얼음속의 평화를 지켜주려고 솥땜장이처럼 깨진 얼음 위에다 큼직한 얼음 한 조각 덮어주기도 했다. 물고기도 우리도 ‘샨티 샨티!’ 

 
 
(글, 그림/ 임의진)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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