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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없는 마을
글쓴이 : master 날짜 : 2019-02-27 (수) 15:46 조회 : 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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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없는 마을 

우리 마을엔 다행하게도(?) 교회가 없다. 생겼으면 일요일마다 원수가 된 사람들이 뿔뿔이 흩어져 지낼 듯. 오래전 내가 집을 짓자 교회를 짓는 거 아니냐며 쫓아온 주민이 있었는데, 건설인부들과 막걸리를 나눠 마시는 걸 보자 안도하며 돌아갔다. 일요일마다 여러 대 교회 승합차가 와서 주민들을 골라 싣고 간다. 각자 떨어진 교회들로 고고. 가끔 전도를 나오기도 하는데, 전도거절용이나 방어용으로다가 대문에 교회 간판을 하나 붙여버릴까 싶기도 해. 대꾸하기도 귀찮고 종파를 설명하기도 머리가 아파서리. 얘기를 나눠보면 백이면 백 붉은 토끼 눈알이 되어 공격적인 말투. 예수를 믿지 않으면 구원받지 못할 거라며 협박하는 부분에서는 내가 진짜 불쌍한 마음도 드는 표정이었다. 목사라고 안하고 그냥 촌놈이라고 했던 게 문제. 흐흑.
수염을 기르기 시작한 건 시골 교회로 부임하면서부터였다. 나이가 너무 어려서 할머니 교인들이 꼬맹이 취급할까봐 그랬다. 한번은 문익환 목사님이 내 수염을 근사하다고 칭찬해 주셨는데, 서로 수염을 만져보며 웃었던 기억. 목사님 수염을 만져본 사람이 몇이나 될까 궁금하다. 나이가 같아 보여 좋다던 할매들은 내가 수염이라도 밀면 코털이라도 빨리 기르라고 나무라셨다. 비슷한 얼굴을 하고 비슷한 옷을 걸치고서 알콩달콩 지내다가 훌쩍 길을 떠나왔다.
한 인기 강사가 튀는 옷을 입고 강의를 갔는데, 그곳은 하필 교도소. 재소자들 속에서 튀는 옷이 순간 부끄러웠다고 한다. 소통을 이야기하러 간 강사가 옷부터 소통이 안 된 것. ‘그들과 같은 옷을 입어라.’ 마음에 새겼다고 한다. 아버지가 물려준 치렁치렁한 목사 성의가 있었는데, 그런 옷 좋아하는 목사에게 줘버렸다. 치마도 뭣도 아니고 그런 이상한 옷을 걸치고 설교단에 서본 일은 한 번도 없었다. 목사는 제사장이 아니다. 성경 교사일 뿐이다. 
태극기집회 분들과 극우 기독교가 만나 흥미로운 미래 정치를 약속하는 마당이다. 소통이 문제인데, '소통불가 고집불통 맹신'으로 무장하여 나라를 온통 분란과 불화로 끌고 갈까 염려된다. 일요일마다 마을을 갈라놓듯이 나라를 갈라놓지 않기를 바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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