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꺠춤 임의진, 떠돌이 별이 머무는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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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의진의 시골 편지] 보해미안 랩소디/ 경향신문
글쓴이 : master 날짜 : 2018-12-12 (수) 15:53 조회 : 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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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해미안 랩소디 

막심 고리키는 혹독한 유년기를 보냈다. 그때 만난 이웃 사촌을 평생 잊지 못했다. 시인과 매춘부, 나환자와 수녀, 부두노동자, 무덤 파는 인부, 묘지 경비원, 교수형 집행인, 도둑과 거지, 소매치기 사기꾼, 살인 수배자, 수의사 페트렝코, 양치기, 열쇠와 시계제조공, 이발사, 마법사, 고물상, 곱사등이, 새장수, 낚시꾼 어부, 재봉사, 결핵환자, 떠돌이 악사들. 
공동묘지 파는 인부는 무덤을 팔 때도 아코디언을 짊어졌단다. 그는 지옥을 믿지 않았다. 의로운 자는 거룩한 곳으로 가고 죄인의 영혼은 육체 속에서 벌레들이 다 파먹을 때까지 남는다고 말했다. 그는 죽은 자를 위해 세속 노래를 연주해주었는데 불경스럽다며 신부에게 욕을 바가지로 얻어먹었다. 고리키는 신부가 아니라 무덤 파는 인부를 성스럽게 여기고 글로 남겼다.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도 고생스런 생애였다. 십대에 고아가 되어 막노동을 전전했다. 어찌 저찌 시인 소리를 들으며 행복도 잠깐. 장남은 콜레라로 병사하고 차남은 자살. 큰딸은 정신병원에, 넷째는 병사. 우울증이 깊어진 시인은 추운 겨울 병상에 누워 유난히 밝은 성탄별을 보았다. “세상은 그래도 사랑하기에 좋은 곳이예요. 이런 곳이 또 어디에 있겠습니까.” 
“요새 무시는 쌩으로 묵어도 이상 달어라. 코가 잘래나가도록 추와야 단물이 싹 들지라. 사람도 추와야 잔 사는 거 같어부러. 더와서 쌔(혀) 내놓고 다닐 때는 사람이 아니재. 갱아지재 사람이여.” 이제 막 파낸 굵은 무를 한소쿠리 안겨주시고 간 할매. “짐치 못 담궈묵겄스믄 기냥 깎어서 깍깍 씹어 자셔. 방구 냄시도 맛나고이. 히히.”
보해소주 잎새주를 마시는 이쪽 동네는 ‘보헤미안’이 아니라 ‘보해미안’ 랩소디. 무국을 마시면 간밤 술이 벌떡 깬다. “마마 저스트 킬 어 맨... 우우우...” 날마다 죽고 또 다시 사는 신비로운 겨울나기. 명함도 보잘 것 없으며 아예 있지도 않은 이들이 눈보라를 견디면서 살아가는 산동네. 앞집에서 들바람을 막아주지 않으면 뒷집이 춥고, 뒷집에서 산바람을 막아주지 않으면 앞집이 추운 골목길. 이런 이치를 깨닫지 못하고 사는 이들이 우쭐거리면서 청기와집 인연을 자랑해댄다. 기와공이 죽어가는 세상에서 기와집을 자랑하는 머저리가 아닌가.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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