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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의진의 시골 편지] 런던 시계탑/ 경향신문
글쓴이 : master 날짜 : 2017-07-19 (수) 17:17 조회 : 7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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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시계탑

벤자민 아저씨가 만들었다고 해서 빅벤이라 불린다는 시계탑. 영화 <런던 시계탑 아래서 사랑을 찾을 확률>에선 이 빅벤 시계탑이 연인들의 약속장소로 등장한다. 우연히 기차에서 얻게 된 책 한권이 빚어낸 좌충우돌 연애소동극. 연애를 하고 싶다면 책부터 손에 쥐라는 조언의 말씀. 그러고 보면 영화 <노팅힐>에도 책방이 등장한다. ‘더 트래블 북’이라는 책방은 영영 없어져 시간여행에서나 방문이 가능하겠다. 누군가 새로 창업해도 될 법한데 종이 책이 팔리지 않는 것은 한국이나 영국이나 마찬가지. 전자책이 그 자리를 대신해 가고 있는 흐름이다. 빅벤 시계탑도 언젠가 전자시계로 바뀌게 되는 건 아닐까. 째깍째깍 돌아가던 시계가 아니라 번쩍하면서 시간만 보여주는 밋밋하고 매력 없는 시계로 말이다. 

며칠 전에는 템스 강 남쪽 그리니치 마을을 방문했다. 시간과 시계의 성지. 세상의 모든 시계들이 그리니치 표준시에 맞춰 돌아가고 우리는 그 시간에 따라 인생을 살고 있음이렷다. 인류에게 있어 시간은 ‘깊게 신뢰하는 서로간의 약속’이다. 약속은 우리를 무질서에서 구해주는 손길이렷다. 약속의 손을 잡을 때만 우리는 서로를 믿고 사랑하며 다 같이 살아갈 수 있다. 

시계를 거꾸로 돌리려는 무리들을 우리는 지난 시절 내내 목도했었다. 앞으로 가야할 시간의 물꼬를 뒤로 파놓고 과거의 어둠속에다 온 국민들을 밀어뜨렸던 자들. 뻔뻔하고 요망스러운 그들을 우리는 두고두고 기억해야 하리라. 차별과 분리의 복면을 쓴 무리들이 관용차를 타고 돌아다니던 풍경. 테러는 한순간이지만 차별과 분리는 오래오래 다수를 죽음으로 내모는 더 끔찍한 악행이다. 최근 영국은 블랙시트라는 분리와 독단의 먹구름을 유럽 하늘에 드리우고 말았다. 놀이 공원의 풍선이 아니라 뇌성벼락을 동반한 진짜 구름이라서 세계가 깜짝 놀라고 있는 중이다. 어떤 가르침, 어떤 책이 우릴 다시 사랑으로 인도할까. 시계탑은 희망의 시간을 가리키고, 우리는 그 아래서 사랑의 입맞춤을 나누고 싶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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