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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의진의 시골 편지] 오월광장 회화나무/ 경향신문
글쓴이 : master 날짜 : 2017-06-07 (수) 16:15 조회 :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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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광장 회화나무 



옛 전남도청 앞, 오월광장엔 150살 먹은 회화나무가 있었다. 여름이면 연노랑 나비를 닮은 꽃을 피운다. 오월 그날 시민군은 그 나무 아래 참호를 파고 무자비한 공수부대와 맞섰다. 귀신을 몰아낸다는 나무. 군부독재 귀신을 몰아내려고 그랬던가. 나무는 총을 대신 맞으면서 시민들을 보호했다. 광주가 절대공동체였던 그 순간, 나무까지도 한덩어리 한마음으로 공동체를 이루었다. 매정한 세월이 흐르고 시민들은 회화나무를 잠시 잊었다. 문화전당을 짓는다며 뿌리를 건드리고 시멘트 먼지를 뒤집어 씌워 괴로움을 안겼다. 세찬 돌풍이 불던 날 나무는 그만 쓰러져 최후를 맞고 말았다. 회화나무가 죽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그제야 시민들은 가슴을 치며 위령제를 모시면서 슬퍼하였다. 현충일 레퀴엠이 울려 퍼지고, 나라를 구한 민주주의 수호나무는 죽은 몸 그대로 등신불처럼 그 자리에 모셔졌다. 적당한 후계목을 하나 구해 곁다 심어주자는 의견들이 돌았다. 바로 그 순간 놀라운 기적이 일어났다. 


승합차량 운전으로 밥벌이를 하던 한 시민이 있었다. 가끔 오월광장 앞에다 차를 대고 손님을 기다리곤 했는데, 회화나무 곁에 솟아난 손가락만한 후계묘목을 보고는 한번 길러보고 싶었다. 한 뼘도 안 되는 그걸 집에 가져다가 정성을 다해 돌봤다. 4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 엄마 나무가 죽고 후계목을 찾는다는 소식이 들렸다. 시민은 주저하지 않고 “여기 아기 나무가 살아 있습니다!” 손을 들었다. 엄마 나무랑 유전자 검사를 했는데 백 프로 일치했다. 아기 회화나무는 시민들의 환영을 받으며 엄마 무덤 곁으로 돌아왔다. 아마 그 자리에 계속 있었다면 아기도 이미 죽고 말았을 것이다. 천만다행 살아 돌아온 것이다. 아기 나무는 엄마를 대신해 오월광장을 지키고자 마음을 굳게 먹었다. 빗물도 잘 받아먹고 햇볕도 잘 쬐고, 민주시민들의 사랑을 담뿍 받으면서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다. 


바로 옆구리 건물에 내가 관장으로 있는 대안공간 메이홀과 2관 이매진이 있다. 광주 나가는 길이면 한번씩 회화나무 곁을 일부러라도 찾아가고는 한다. 매연과 소음에 시달려 기운이 없어 보이면 손을 꼭 쥐고 기도를 해주기도 한다. 아기 나무가 다 자라서 너른 그늘을 드리우는 날, 연노랑 나비들이 훨훨 하늘을 날게 될 터이다. 고운 영혼들이 그렇게 다시, 우리 곁에 돌아올 것을 나는 믿고 기다린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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