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꺠춤 임의진, 떠돌이 별이 머무는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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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의진의 시골 편지] 머시락/ 경향신문
글쓴이 : master 날짜 : 2017-01-25 (수) 17:14 조회 : 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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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시락




 전라도에선 꾸지람을 “머시락 한다”고 표현한다. 아이가 말을 안들을 때, 지청구를 좀 해야겠다싶으면 “자네가 자꼬자꼬 머시락을 잔 해야 안쓰겄능가. 아조 이참에 버르쟁이를 단다니 고채놔야 쓰네잉. 항시 그라고 싸고만 동께로 아그들이 저 모냥 아닝가배.” 아부지 어무니가 앉아서 이런 말씀을 나눌 때는 잽싸게 자리를 피하고 보는 게 상책이겠다. 거시기 머시기 할 때 그 머시기가 머시락이 되기도 하는데, 머시락 할 때 마음을 닫아걸고 삐져버린 아이는 부처님도 대책이 없는 것이다. 제 자식이라고 끼고돌며 버르장머리 없이 키우면 큰 화근덩어리가 된다. 따끔하게 꾸중을 듣고 자란 아이들이 반듯하고 성실하다. 아이를 망치려면 칭찬을 트럭으로 갖다가 해주고, 원하는 대로 청을 다 들어주고, 버르장머리 없이 살게코롬 두둔해주면 된다. 입에 욕을 달고 사는 아이들을 보면 그 부모들의 입이 궁금해진다. 국정농단사태의 한축이 된 아이도 줄줄이 욕 사탕이더군. 엄마 아빠 이모 삼촌 아저씨님들 입들은 거기다가 곱빼기 짜장 짬뽕이겠지. 교양은 스테이크 썰 때나 나오는 것일 테고.

눈보라가 뿌려놓고 간 설경 위로 철새들 날고 별은 배나 붉어졌어라. 시와 노래로 입을 헹구고 새와 별로 눈을 씻는다. 곧 설 명절. 꼬까옷 입고 가족들 만나 같이 밥 한 끼 먹다가 괜한 말 한마디에 울상이 되고. 누가 좀 머시락 했다고 삐지고 그러지 말고 "넹! 알았엉!" 하고 웃어넘기면 다 인생에 좋은 보약이 된다. 좋아하고 그러니까 잔소리도 하고 머시락도 하는 것이지. 밉고 싫으면 포기해버리고 납부닥(얼굴)을 안 봐버리는 것이다. 날넘어 가부렀다, 날넘묵었다, 날 넘어가꼬 어쩌고 할 때 ‘날 넘다’라는 말도 재미있다. 칼날을 너무 잘 갈아도 문제. 날 넘었다는 건 그런 뜻.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 저 잘나서 귀한 조언을 한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고,  어영부영 살다보면 인생 망가지는 거 그거 급행열차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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