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꺠춤 임의진, 떠돌이 별이 머무는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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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의진의 시골 편지] 여우골 성탄절/ 경향신문
글쓴이 : master 날짜 : 2016-12-21 (수) 15:47 조회 : 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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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골 성탄절

며칠 뒤면 성탄절이다. 올해는 탄핵종이 땡땡땡. 서글픈 나랏일 때문인지 덩달아 캐럴도 사라지고 없어라. 여기는 담양이고 건너편 땅은 빛고을 광주. 빛을 담는다하여 담양인데, 이곳엔 빛깔 좋은 여우들이 굴을 하나씩 차지하고 살았단다. 무등산엔 영험한 호랑이가 살고 있어서 담양 추월산이나 병풍산, 삼인산 자락은 여우들 차지. 호랑이 등쌀에 ‘밀린’ 여우가 나름 방귀를 뿡뿡 뀌며 재미지게 살았겠지. 그러다 한 여우는 백살을 먹고 구미호가 되었는데, 이제부터는 드라마. 너무 기대하지는 마시고. 아무튼 구미호가 학정을 일삼던 원님을 내쫓았다는 이야기. 백성들은 독일어를 배우지 않았는데도 ‘그라제’를 연발하며 의인들과 함께했다. 오랑캐 말고 ‘그랑께’, 비아그라 말고 ‘그라지라’를 입버릇으로 말하고, 불어로는 ‘그래 불어’, 정의에 맞장꾸를 치면서 참세상 올바른 나라를 꿈꿨다. "뭐시라고?" 포악한 임금이 나타나거나 왜군이 쳐들어온달지 하면 죽창을 깎아들고 별보다 환한 횃불을 높이고서 저 산을 넘기도 했었다. 

남녘교회 목사 때는 성탄절마다 아이들과 함께 전나무에 왕방울을 달면서 성탄 장식을 했었다. 북녘 동포, 봉수교회에 성탄 엽서도 한 장 써서 달았지. 보내진 못했지만 해마다 그랬었다. 국정원에도 잡히지 않는 꼬리 아흔 아홉 개 달린 구미호 편에 보낼걸 그랬어. 누군 대놓고 편지도 보내고 그랬더라만... 참, 북조선 그리스도교연맹이 올해로 70주년이란다. 축하 축하. 통일 되면 북녘 친구들이랑 백두산 소나무에 성탄 장식도 하고 그래야지. 차가운 바람을 뚫고 우리는 따순 봄나라로 갈거다. “이리 붙어라!” 놀이처럼 통일나라로 갈 사람은 이리 붙어라! 

여우골 성탄절. 나는 또 전시 놀이를 시작했어. 오래된 미곡 창고를 개조한 담빛예술창고. 전시와 곁들여 일본인 가수 친구 사토 유키에랑 아시아 평화를 기도하는 음악회도 열고... 아시아 
평화와 통일, 거창한 구호 같지만 나부터 우리부터 작고 소소하게 시작하면 되는거다. 평화나 통일은 대박이나 로또가 아니야. 차근차근 작은 하나됨부터 일궈가는 거지. 나부터 우리부터, 여우와 토끼도, 아기 예수도 함께하는 이 걸음마. 이 거룩하고 장엄한 행진에 같이해요!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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