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꺠춤 임의진, 떠돌이 별이 머무는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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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의진의 시골 편지] 고산병/ 경향신문
글쓴이 : master 날짜 : 2016-11-29 (화) 23:00 조회 : 1,0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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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산병


 해지난 일인데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종편 프로에서 수차례 출연해 달라는 연락이 왔다. 뭔 소리야 웃고 말았지. 날 몰라도 한참 모르는 방송작가의 장난전화(?)가 그저 깜찍했어. 신문에다 ‘시골편지’를 오랜 날 연재하는 아저씨니 아마 오지에 은둔하여 지내면서 누렁이랑 산나물 뜯으러 댕기는 촌사람으로 짐작한 모양. 다음엔 서울이나 뉴욕에 살면서 도시편지를 연재해야 할랑가 보다. 정관장 홍삼엑기스도 잘 안 빨아먹는데 멧돼지처럼 낙엽 속을 뒤지며 산삼, 더덕, 영지버섯 ‘씩이나’ 캐러 다니겠는가. 어려서는 땅에 달라붙은 땅꼬마였는데 고딩 때 좀 키가 웃자라 천만다행 중간키는 어떻게 되었다. 대학생 아들놈은 백팔십이 훌쩍 넘었으니 유전이 문제가 아닌 건 분명해. 하지만 인기 좋은 키다리 아저씨도 아닌건 사실. 키 큰 사람들을 보면 고산병 때문에 고생이 적지 않겠구나 주제에 남 걱정을 하기까지 해. 비아그라를 먹으면 고산병에 효과가 있다는 청와대발 유언비어가 참으로 우습고 재미있다. 왜 고산병을 그렇게 두려워하는 것인지. 국민들은 무서워 않으면서 고산병은 무서운갑다. 

비우그라 하야하그라 아니 비아그라는 고산병에 시달릴 키다리 아저씨들이 즐겨 드셔야겠다. 높은 데는 공기가 희박할 텐데 큰 키로 얼마나들 숨쉬기 힘드실까. 여자들은 키다리 사내를 무조건하고 좋아하더라. 나는 이처럼 하늘이 여러모로 지켜주시고 절제를 안겨주신 덕분에 별탈 없이 중년의 고독과 소소한 애정관계를 즐기면서 살아가고 있다. 

권세 높고 지체가 높으신 분들이 고산병에 시달리는 것도 틀린 말은 아니겠다. 하나님도 높디높은 천상세계 고산병에 괴로워하시다 인간의 몸을 입고 지상세계에 내려오셨다는 이야기. 성탄을 앞두고 대림절이 시작되었어라. 천상을 떠나 낮고 낮은 민중의 친구가 되었다는 하나님 아들 예수. 고산병 때문에 벌어진 이야기일까. 비아그라로는 소용없다. 고산병은 이렇게 무조건, 긴급히, 하산해야지 새길이 열리는 법이다. 하산하그라!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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