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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딜런 노벨문학상 수상 특집] 구르는 돌멩이, 불멸의 음유시인 밥 딜런/ 경향신문
글쓴이 : master 날짜 : 2016-10-14 (금) 17:41 조회 : 1,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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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딜런 노벨문학상 수상]


구르는 돌멩이, 불멸의 음유시인 밥 딜런



임의진(시인, 월드뮤직전문가) 




쌀밥 보리밥 비빔밥, 밥의 겨레에게 밥 딜런, 밥 말리, 밥 시거, 밥은 죄다 반가운 이름이다. 게다가 올해 노벨문학상은 전설적인 저항가수 밥 딜런 차지라니. 대중음악 가수가 무슨 문학상이냐며 흘깃하는 분들도 계시단다. 어떤 평론가의 말처럼 ‘밥 딜런은 대중문화의 저항성에 대한 채권자’다. ‘누구보다 할 만큼 한’ 음유시인에게 어떤 토도 달 생각은 없지만 섭섭한 분들이 있는 걸 어쩌랴. 밥 딜런의 수상과 함께 텍스트 위주의 문학계엔 후폭풍이 적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인다. 문학이 업신여김을 받은 게 아니라 오히려 영역, 경계, 품이 이만큼 넓어지고 커졌다고 보면 좋겠다. 대중음악계도 춤솜씨와 몸매 자랑, 사생활 팔이, 남의 곡 리바이벌, 사랑 타령 이별 타령이나 하고 앉아있을 일이 아님을 깨달았으면 또 좋겠다. 
‘로버트 알렌 짐머맨’이라는 한 청년이 웨일스의 유랑 시인 ‘딜런 토마스’의 이름을 따서 자기 성을 딜런으로 바꿔버리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좌파 포크의 대부 우디 거슬리를 흠모하면서 반전운동에 뛰어들었다가 공중곡예에 준하는 몇차례 난리를 겪기도 했다. 


밥 딜런은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난 먼저 나를 시인이라 생각하고 그 다음에 뮤지션이라 생각을 해요. 책에다 글을 쓰는 시인이 아닌 노래하고 춤추는 사람(song and dance man), 공중 곡예사(a trapeze artist) 같은 사람이죠. 시인이라고 규정하고 싶지는 않네요. 틀에 갇힌 순간 시인일 수 없는 거니까요. 시인이라 해서 꼭 종이 위에다가 시를 써야 시인은 아니잖아요.” 밥 딜런은 하모니카를 불고  기타를 퉁기면서 <폭우가 쏟아지네>, <바람만이 아는 대답>, <천국의 문을 두드려요> 히트곡들을 이어나갔다. 세계는 이 음유시인에게서 새로운 세상에 대한 눈을 떴고, 심장이 뜨겁게 데워지는 경험들을 갖게 되었다. 


“사람은 얼마나 많은 길을 걸어야 참다운 인생을 깨닫게 될까요. 전쟁의 포화가 얼마나 더 휩쓸고 가야 평화가 찾아올까요. 얼마나 긴 세월이 지나야 산이 씻겨 바다로 내려갈까요. 사람들이 참된 자유를 누리며 살까요. 언제까지 고갤 돌리고 외면하실 건가요. 친구여. 얼마나 오래 위를 쳐다봐야 진짜 하늘을 볼 수 있나요. 얼마나 많은 귀가 있어야 타인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요. 얼마나 무고한 시민들이 죽어야 멸망을 깨달을 수 있을까요. 그건 바람만이 답을 알고 있겠죠.” ‘블로잉 윈 더 윈드’는 길거리 카페에서 슬쩍 쓴 곡이였는데 이후 대표곡이 되었다. 김민기와 한대수, 양병집, 김광석을 비롯해 그의 정신을 이어받고자 애쓴 음유시인들을 우리는 기억한다. 이참에 우리들의 밥 딜런 김민기와 한대수의 노랫말도 곱씹어본다면 좋겠다.


“나는 조직의 일원이 아닙니다. 나는 대변인이 아니라 내 속의 이야기를 이제 하고 싶어요.” 갑자기 밥 딜런은 길거리에서 사라졌다. 겉보기와 달리 속이 여린 그는 정치행동파들과 작별을 고했다. 모든 청춘마다 저항과 은유의 시를 한주머니씩 쥐어준 뒤 딜런은 내면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배우로 극에 출연하는가 하면 밝고 화사한 색감의 그림을 그리는 화가로 변신하기도 여러 번. 근본주의 기독교가 날름 삼켜버려 엉뚱망뚱한 잡음도 생겨나고 그랬다. 더는 빼어난 노랫말이 찾아오지 않는지 답답한 후기들이 내심 안타까웠다.


그를 다시 불러낸 건 노벨문학상이다. 오래전 노래했던 저항과 해방의 시편들. 아방가르드 예술가요 포크와 로큰롤을 넘나든 최초의 선동가. “기분이 어떠니. 지금 기분 말이야. 집 없는 신세가 되어보니, 알아보는 이 하나 없이 구르는 돌멩이처럼 되어보니 말이야. 다음 끼니를 구걸해 먹어야하다니.” (라이크 어 롤링 스톤) 돌멩이 하나가 우리들 심장속으로 굴러들어오는 것 같다. 이 돌멩이를 어떻게 해야 할지 각자 고민해보기로 하자.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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