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꺠춤 임의진, 떠돌이 별이 머무는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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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의진의 시골 편지] 시골 군인의 노래/ 경향신문
글쓴이 : master 날짜 : 2016-10-12 (수) 15:42 조회 : 9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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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군인의 노래 




불태산 쪽에 포사격장이 있어 가끔가다 대포소리가 쩌렁쩌렁 산천을 울린다. 게다가 예비군 훈련장도 있는데 실탄 사격을 하는 날이면 우리 동네까지 다다다다 콩 볶는 소리가 요란해. 어떤 날은 풀이파리를 따다가 위장을 철저히 한 소대 병력이 동네 어귀를 어슬렁거리기도 한다. 어린 군인들에게 사이다라도 한잔 먹이고 싶은 마음 굴뚝같아져. 소년처럼 돼 보이는 앳된 얼굴들이 총을 들고 서있으니 염려가 생긴다. 대민지원, 대민봉사라 해서 나락이 쓰러지거나 자연재해가 날 때 군인들이 발 벗고 나서주는데 농촌엔 이만한 젊은 이웃이 없다. 가공할만한 현대식 첨단 무기가 아니라도 삽과 괭이로 충분히 나라를 지켜내는 우리 시골 군인. 군복 입은 청년들이 자랑스럽고 듬직해 보이는 건 나뿐만은 아니리라.

부러워설까. 아예 군복을 입고 논밭에서 일을 하는 ‘평생 군인, 시골 군인’ 아재들도 보인다. 첨엔 군가도 부르면서 일을 했겠지. 지금은 ‘백세인생’을 부르는데 그 좋던 치아도 진즉에 틀니로 갈아탔다. “칠십 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농사일 아직 남아 못 간다고 전해라...” 줄어들지 않는 농사일에 맘 편히 죽지도 못해. 진짜인지 뻥인지 모르겠으나 해병대 마크를 시금털털한 트럭이나 봉고차에 탁~ 부착하고 다니면서 빨간 내복을 자랑질 치기도 한다. 밤이면 남녀 연예인들 단기간 입대를 해서 야단법석을 떠는 게 공중파 구경거리다. 나라가 통째 한편의 재미있는 병영소동극 같아라.

군에 간 아이들 탓에 걱정근심이 많은 부모님들 계시다. 더구나 남북 긴장이 어느 때보다 고조되고 있는 요즘, 대통령은 날마다 전쟁을 불사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으니 헬기 한대만 떠도 가슴이 졸아들어. 달빛이 얼음처럼 차가워지고 있는 가을밤. 전방 군인들은 춥지나 않은지, 반찬은 잘 나오고 고기국물에 정말 고기가 많이 담겼는지, 방탄복은 뚫리지 않은 걸로 정직하게 준비했는지, 국민들은 정말 궁금할 따름이다. 담벼락 위로 대봉감이 달려있는데 머잖아 입대할 아이 생각에 좋아하는 홍시나 앉혀놓을까 싱숭생숭 해지는 가을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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