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꺠춤 임의진, 떠돌이 별이 머무는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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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의진의 시골 편지] 태권도 입문기/ 경향신문
글쓴이 : master 날짜 : 2016-08-24 (수) 15:33 조회 : 1,0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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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 입문기



냇물에 둥둥 뜬 오리들. 발바닥을 쫙 편 채 낮잠을 자고 있다. 저래야 물속으로 가라앉지 않겠지. 오리 선생에게 수영이나 배워볼까? 타잔만큼 자유형 헤엄을 잘 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배영, 접영까지 흉내는 낼 줄 안다. 그러나 수영장에 가려면 도심까지 멀리 나가야 한다. 남세스럽게 대낮에 아낙네들이랑 옷을 홀라당 벗고서 뱃살 훔쳐보기를 하고 싶지는 않아라. 게다가 우리 동네 개울보다 깨끗하지도 않을 것이다. 독한 락스 약품들을 풀어 청소를 한다던가.

건강을 고려하여 운동을 하나 하긴 해야 할 나이다. 또래 친구들은 대개 골프에 빠져 있더라. 마당 잔디밭은 골프장 수준으로 단정하게 유지하고 산다. 구멍만 하나 파두면 여기가 바로 골프장. 골프는 호주나 아일랜드 초원에서 태어났더라면 벌써 프로급이 되어있을 터. 천당에 가면 골프장이 많다더군. 예수님은 양떼들 노니는 푸른 초장에서 주로 골프를 치시는데 회원권을 사려면 십일조를 해야 한다니 나나 당신은 그냥 포기하고 다른 운동을 찾자.

오랫동안, 매우 꾸준히 요가를 해왔다. 요가원을 직접 차리기까지 한 친구 덕분에 인도 요가 성지인 우타라칸드 지방의 도시 리시케시에 다녀오기도 했다. 며칠 수료했다고 종이딱지도 주긴 하더라만 어디 뒀는지 조차 모르겠다. 요가는 속성 라이선스로 해결될 무엇이 아닌 무구하고 심오한 세계렷다.

칼잡이 검도를 배워볼까도 했는데 목검을 들어 누굴 찌르는 건 흉내조차 내기 싫더라. 장고 끝에 태권도장을 찾아갔다. 한국 사람이 태권도 고려, 금강, 태백 품새 정도는 할 줄 알아야지 않겠어. 꾸무럭꾸무럭 일어나 눈곱이나 간신히 떼고 살다가는 인생이 너무 허망하게 흘러가 버릴 것 같아 더 늦기 전에 월사금을 내고 등록까지 마쳤다. 형편이 어려워 도장을 그만 둔 아이들이 생겼다고, 도생이 줄어 사범은 기운이 쪽 빠진 얼굴이었는데 나를 보자 생기가 돈 눈치였다. 아이들이랑 동무삼아 오리주둥이처럼 샛노란 학원차를 타고 다닐까 흐흐...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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