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꺠춤 임의진, 떠돌이 별이 머무는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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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의진의 시골 편지] 아부지 다스베이더/ 경향신문
글쓴이 : master 날짜 : 2015-12-09 (수) 14:26 조회 :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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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부지 다스베이더 



귀신소리 들리는 대숲도 모자라 대밭까지 있는 고장. 부러진 대나무를 다듬어 산행 할 때 들고 다니면 딱 좋아. 죽림칠현 가운데 한분 같아 보이겠다. 키가 큰 녀석은 바지랑대로 빨랫줄에 기대 세워두거나 지붕으로 나있는 연통을 닦을 때 끝부분에 걸레를 감아 사용하면 좋지. 대나무는 쓸모가 참 많아. 옛날 아이들은 대를 구부려 주몽의 활을 만들어 놀고 계백 장군의 시퍼런 칼을 만들어 놀기도 하고 그랬어. 어떤 애는 피리를 만들어 불기도 했지. 귀신 나오겠다고 다들 말렸지만 말야. 왕대를 켜선 썰매를 만들어 언강에 오줌을 누어보고 얼음상태를 살핀 뒤 타고 놀았지. 요새 아이들이야 핸드폰 가지고 전자오락이나 하면서 노는 게 전부이지만 예전엔 장난감의 대부분을 대나무가 해결해 주었어. 

스타워즈가 처음 개봉되자 아이들은 대나무로 제다이 광선검을 만들어 허공에 휘둘렀지. 알투처럼 생긴 하얀 발발이는 눈마당에 뛰놀다가 발라당 넘어지고. “내가 네 아버지다”의 다스베이더는 복면마왕. 윗분이 가장 싫어할 것 같은 복면을 하고 다스베이더는 오늘도 내가 니 아부지당케 독일어, 내가 니 아부지여부러 불어 실력을 뽐낸다. 천하의 악당 캐릭터인데 오히려 최불암 아저씨처럼 친근한 인기를 누리는 다스베이더. 말끝마다 파하~를 연발하면서...

하얀 겨울나라에 검은 다스베이더는 눈에 대번 띄지. 겨울에 어디 나갈 때는 검정색 트렌치코트를 즐겨 입는데 다스베이더의 망토 같아. 내가 네 아버지다, 하면서 입고 다니는 망토. 사실은 우리 모두가 한 피로 연결 되어 있지. 아이를 낳지 않았어도 서로에게 혈육이 아닌 사람은 없는 법이지. 새가 알을 품듯 망토 안에 아이들을 품으며 아버지들은 밖으로 험상궂은 얼굴이어야만 했어. 생활전선, 말 그대로 부모에게 세상은 전쟁터나 마찬가지. 

날이 조금만 차가워도 시골사람들은 눈만 빼끔 보이게 목도리로 친친 감고 외출들을 한다. 검정색 목도리를 감고 안경까지 눌러쓰면 다스베이더랑 구분하기 힘들어. 스타워즈의 주인공이 되어 눈길을 사박사박 걷는다. 어느 외계 행성을 처음 걷듯 숫눈길을 걷는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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