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꺠춤 임의진, 떠돌이 별이 머무는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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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의진의 시골 편지] 콜라 사이다병/ 경향신문
글쓴이 : master 날짜 : 2015-09-23 (수) 17:12 조회 :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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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라 사이다병


아프리카 깡촌 위를 날아가던 비행기 조종사가 빈 콜라병을 한 개 던지면서 시작되는 소동극 <부시맨>. 하늘에서 떨어진 콜라병을 신에게 다시 돌려드리기로 작정한 추장 아저씨는 길고 험난한 여행을 시작하지. 부시맨이 슈퍼맨보다 인기가 높던 시절, 우리네 시골에도 부시맨들이 살고 있었다네. 고물상 아저씨는 아이들이 콜라병을 주워 가져오면 호박엿 쌀가락엿으로 바꿔주고는 그랬지. 그날부터 동네 아이들은 대부분 부시맨이 되었고, 콜라병이라면 눈에 쌍라이트를 밝혔지. 아버지 경운기 부속품을 내다 파는 놈, 저수지 공사장 철근 토막을 훔쳐다가 턱관절이 쥐가 날만큼 많은 엿을 바꿔먹은 녀석도 있었어. 

마을회관 앞에 쓰레기 분리수거함. 대도시 수거함과는 달리 항상 홀쭉하니 배고픈 저 그물망. 가난한 촌로들이 주로 계시는 윗동네는 들어오는 명절선물이 변변찮으니 나가는 쓰레기도 눈곱만큼 작아. 명절에 아무리 배불리 먹는대도 소화제까지 필요 없고 콜라 사이다 한잔이면 배꼽 아래까지 개운. 명절 잔치 뒤끝으로 콜라병이나 몇 개 굴러다닐 뿐인 골목길.
유별난 애국자들은 콜라와 아메리카노 커피조차 멀리한다지. 국산차도 외국에 나가면 그쪽에선 수입차요 외제차일 터. 실력과 서비스로 승부해야지 세계의 노동자들은 모두 한 형제. 예수님도 부처님도 외국제 수입산이니 그럼 믿지를 말아야지.

 
속이 울렁거리고 더부룩할 때 콜라 한잔씩 찾는 저 이들은 국경 초월 럼콕 마니아. 럼주 대신 그럼을 넣어 콜라와 믹서. “그럼 입이 느끼하고 뱃속이 부풀헌디 콜라나 한잔?” 검은 물을 꿀컥꿀컥 들이마신 뒤 꺼윽~ 트림까지 발사. 불꽃놀이처럼 쏘아올린 콜라 트림이 공중에 확하고 퍼지면 보름달도 어이없어 싱겁게 웃으려나. 꽃집도 아닌데 이름부터가 화원인 해남군 화원면에 사는 동무가 있다. 이번 주 집에 있느냐고 물어 보길래 한동안 잠행중이라 했는데 생선을 이미 보냈다고. 꽃이나 보내지 웬 물고기. 고양이가 대신 잘 먹겠네. 콜라까지 사줘야겠어. 집 앞에 뒹구는 콜라병은 내가 아니라 고양이가 마신 것으로 아시길.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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