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자의 셋방살이
보통 성지를 중심으로 모이던 수도자들과 달리 4세기 무렵 스페인 출신 에테리아 수녀는 이집트 사막은 물론이고 팔레스타인 곳곳에 산재한 수도원을 차례차례 순례했다. 도착하면 황무지에 꽃씨부터 뿌리고 하늘만큼 맑은 성가를 밤새껏 불렀다. 시나이산 수도원까지 가보려고 혈혈단신 사막을 건너기까지 했다. 수도원을 짓지 않고 동굴에 사는 수도자들이 비를 피하며 서로 의지하면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유럽 땅에 처음 알리기도 했다. 급기야 6세기에 들어서 아일랜드 교회는 ‘이방 나라로 순례여행’이 켈틱 신비주의의 한 형태인 금욕주의와 적절히 맞물려서 독특한 교회문화로 자라나게 되었다. 공개적인 참회의 방식으로 유배가 아닌 유랑이란 태도를 취하게 된 것이다. ‘무방비 비폭력 상태’로 그들은 온전히 길의 사람이 되었고, 사나운 늑대와 들개의 소굴에서도 두려움 없이 숙면에 들었다.
이스라엘과 주변 기독교 성지를 방문하여 신심을 확고히 다지기보다는 고독과 방랑을 몸에 배게 하도록, 아니 순례자로 잠시 머물다간 예수와 ‘합일’하고자 세계각처로 길을 돌려 방랑승이 되었다. “하느님은 아브라함에게 그의 본토를 떠나 하나님이 보여준 땅, 즉 약속의 땅으로 순례를 떠날 것을 권고하셨다. 이제 하나님이 믿음의 아버지와 함께 내린 훌륭한 권고는 모든 신앙인의 의무가 되었다. 그것은 만물의 주를 위하여 그들의 나라와 땅, 그들의 재산과 세상의 기쁨을 버리고 떠나는 것이며, 또한 아브라함을 모방한 완벽한 순례를 행하는 것이다.” (성 골롬바의 옛 아일랜드 생활)
우리 인생은 고독과 회한의 등불을 켜고 이 땅을 여행하는 순례자이다. 사순절 기간 동안 나는 편혜영의 소설책 <저녁의 구애>를 읽고 있었다. 책에는 장례식장 풍경이 짧지만 무거운 추처럼 매달려 있더라. “김은 장례식장의 어두컴컴한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입관하듯 선에 맞추어 차를 댔다. 운전석에 앉은 채 눈을 붙이려다 짐칸이 텅 비어 있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어두컴컴한 짐칸 안에서 화환이 옅은 국화 냄새를 풍기며 낮달처럼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김은 짐칸으로 들어가 조화 옆에 누웠다. 등을 타고 찬 기운이 전해졌다. 어두운 곳에서 차고 딱딱한 곳에 누워 있자니 염을 기다리는 시신이 된 기분이었다.”
순례자들은 어김없이 어둡고 차고 딱딱한 곳에 눕게 되기 마련이다. 시린 찬바람을 맞으며 잠을 청해본 사람들은 이 마음을 알아차릴 것이다.
이불도 덮지 않고 군살 박힌 당신의 발바닥 하나로 추위를 견뎌본 사람은 공감하리라. 소멸로 휘어져 미망의 세계에 당도할 우리의 처지를 늘 되새김하는 사람들은... 이 세계에서 종지부를 찍고 시신으로 유폐되기까지 지속되어지는 삶이란 곧 낯선 이방인이 되어 걷는 순례의 삶이리라. 가물가물 떠오른 초승달을 향해 걷는 발자국이리라.
“바울은 자기가 얻은 셋집에서 꼭 두해 동안 지내면서, 자기를 찾아오는 모든 사람을 맞아들였다. 그는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아주 담대하게 하나님 나라를 전하고, 주 예수 그리스도에 관한 일들을 가르쳤다”(행 28, 30-31) 바울 형제는 순례자의 삶을 충실하게 살았다. 그는 순례자의 표상이요 모범 그 자체였다. 늦은 오후 만찬 회합을 위해 다락방을 잠시 빌려 쓴 예수처럼, 바울 형제도 셋집을 얻어 두해 동안 머물렀다고 한다. 얼얼하게 추운 날, 결국 차디찬 주검이 되고 말문이 막혀 버려질 목숨이란 생각에 바울은 사는 날 동안 열정을 다해 순례하면서 예수를 증언했다. 이승에서 어떤 이기적인 욕심도 욕망도 갖지 않는 불굴의 자유가 되었다.
당신의 땟국물 절인 가난, 당신의 불안정한 셋방살이는 아브라함으로부터 바울로까지 연결된 순례자의 일관된 운명인지도 모른다. 이후 순례자들, 그러니까 아일랜드 켈틱의 방랑승들까지, 다름없는 유랑방랑의 생애들이여. 그러니 여행하는 길마다 너무 고달파 마시길... 오늘도 기운을 내고 큰 호흡으로 길에 나서자. 맵바람과 거친 운명에 맞서자.
평형에 이르기
카논은 돌림노래 형식의 노래를 말함이다. 신학교나 수도원에서 우리는 돌림노래를 주로 배워 부른다. 노래가 반복되고 이후에 악기가 늘었다가 줄다가 하면서 평형을 맞추는... 멀리 프랑스 떼제 공동체에선 특히나 아름다운 멜로디를 가진 돌림노래를 곧잘 부르더라. 찬송을 다 같이 부를 때 우리는 자신의 목소리를 충분히 절제하여 타인의 목소리와 키를 맞출 줄 알아야 한다. 나란히 가는 걸 잘 실천하는 사람은 찬송을 부를 때부터 알 수가 있다.
어찌 노래뿐이겠는가. 그리스도인들은 서로 재물을 나누고 약자를 돌보아 생활수준도 서로들 평형, 균형을 맞출 줄 알아야 한다. “나는 다른 사람들을 편안하게 하고 그 대신에 여러분을 괴롭게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평형(a Fair balance)을 이루려고 하는 것입니다. 지금 여러분의 넉넉한 살림이 그들의 궁핍을 채워주면, 그들의 살림이 넉넉해질 때에, 그들이 여러분의 궁핍을 채워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하여 평형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고후 8, 13-14)
바울은 교회의 헌금이 ‘평형’, ‘고른 분배’를 위함이라고 분명하게 못을 박았다. 부자 교회, 빈자 교회가 따로 있지 않도록 고르게 서로 재물을 나눠 사용하는,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평형을 권고했다. 어떤 재벌 회장님과 그를 비호하는 일부 목회자들은 들어보지도 못했을, 마치 공산당 같은 소리라는 그 얘기가 앞에서처럼 성서에 이토록 분명하게 적혀 있으니 웬 일이란 말인가. 사랑은 필연적으로 이웃을 향한 사랑을 통과해야만 가능한 무엇이리라. 누룩이 되어 보다 많은 이웃들과 사랑을 나누고 배고픔에서 해방시키는 사명이 교회에게 있다. 교회는 노동자, 농어민, 도시빈민, 저소득층 서민, 실업자, 독거노인을 예수님과 같이 여기고(마태 25, 31-46) 지극하게 섬겨 모셔야 한다. 세상 사람들처럼 부자를 주님의 자리에 앉혀 놓고 우상 숭배를 하려들면 안된다. 교회는 가난한 사람들의 권리, 생명에 대한 존중과 보호, 사회적 형제애를 북돋는데 쓰임 받고자 맺어진 공동체다. 교회는 항상 옷깃을 여미고 거울을 당겨 자신의 현주소를 자성해보아야 한다. 검소하고 겸손하며 이타적인 삶을 살아내는지, 마침내 평형을 이룰 수 있는지를.... 사도 바울의 최후 기도는 바로 그 평형, 균형을 이루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성서 구절이 있다. “버린 자식을 ‘내 자식’이라 하리니, 그제야 입을 열어 ‘나의 하나님’ 하고 부르리라” (호세 2, 25) 무한 경쟁이 아닌 공동체와 일치하고 유대하여 반감 반목보다는 공감을 높이고, 불균형이 아닌 평형과 균형으로 교회 공동체가 따뜻함에 휩싸여야 한다. 버린 자식이 없는, 우리 모두의 자식들이 고루고루 숨을 쉬고, 끼니마다 밥을 골고루 나누는 성찬의 은총이 교회와 사회에 가득해야 한다.
검은 옷의 그림자
산정에서 예수가 희고 눈부신 영광스러운 모습으로 바뀌는 것을 본 제자들은 대번 “스승님 저희가 여기에서 지내면 좋겠습니다.” (마가 9, 5) 그간의 결의와는 딴판으로 욕심을 드러내고야 만다. 더 이상 낮은 땅, 버림 받은 땅에서 찢기고 헤진 검은 옷을 입고 다니지 않았으면 싶었던 게다. 파란 양철지붕의 당신 집보다 날마다 풍악 울리는 금빛 찬란한 구중궁궐에서 살고픈 바람, 관제탑 서치라이트처럼 환한 등불을 켜고 아니면 눈에 쌍불을 켜고서 재물을 주워 모으는 욕심꾸러기들. 그런 못된 마음들은 벌써 거룩한 산정에다 허망한 신전을 지어 올렸음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제자들은 “우리는 십자가에 달리신 그리스도를 전합니다”(고전 1, 23)라는 말을 하게 되리라는 건 꿈에서도 생각 못했을 것이다. 지배 체제, 제국의 세상(World of imperial normalcy)이 강고하게 유지되고, 더 이상 이 지상세계에서는 하나님 나라를 실현할 수 없을 것이라는 자괴감이 그들을 사로잡고 있었던 터. 이런 때에 그들은 구리뱀을 보듯 변모한 예수를 보게 되고, 잠시 탈세계의 환영에 사로잡히고 만다.
반대로 이 땅바닥에, 저 산 아래 동네에서 영광스럽지 않은 모습으로, 거무튀튀한 옷을 걸치고 하나님나라의 본모습(프로토티포)을 살아가는 사람들... 그들의 곁으로 예수는 말없이 걸어갔다. 자명종 시계를 새벽 대여섯시에 맞춰놓고 사는 사람들의 침상에 예수는 고단한 몸을 나란히 누였다.
“땅 위에서 천국 경전을 본 적 있다. 신생아의 심장같이 맑고 깨끗한 지구에 새겨진 말씀 하나 들은 적 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랭커스터 지방에 살고 있는 아마시족. 자동차도 전기도 수도도 학교도 없는 이 자연 속에서 자연을 살고 있는 아미시족은 하늘이 갓 피워 낸 잎새. 예수의 뒤를 따라 문명을 살지 않고 문명이 없는 생활을 이어가는 자연의 농부들. 자연에 순종하는 자연의 주인으로 자연을 낳고 자연을 잉태한다. 티끌 하나 없다. 깨끗한 접시에 놓인 싱싱한 과일 같은 사람들. 전깃줄이 없는 마을에선 햇살과 별빛을 그대로 받아 하늘을 통째로 가슴에 심는 사람들. 잔재미가 없어 아이들만 줄줄이 낳는 사람들. 자연의 아버지 자연의 아들들이 하느님의 깨끗한 종이 한 장 같다. 자동차가 아닌 말수레가 늠름히 오가는 거리에 햇살도 목욕하듯 지붕 위에 반짝거리며 앉아 있다. 내가 찾아 헤매던 천국이 거기 있었으므로 나는 고요히 걸어갔는데 나는 온 몸이 비칠 듯 가벼워져 날아오르고 날아오르고 나는 점 하나 찍지 못한 채 맑고 은은한 종이에 죄 비칠 듯 한 장도 가져오지 않고 모두 두고 왔는데 내 발자국까지 모두 두고 왔는데......” (아미시족. 신달자)
오래전 미연합감리교회 최종수 목사님의 안내로 북미 펜실베이니아 아미시 마을에 방문했던 때가 있었다. 아미시(Amish)는 18세기 그대로의 삶을 추구하는 보수적인 교인 단체다. 나는 그들의 세세한 내막과 어둠까지도 만지고픈 연구자가 아닌지라 이면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지상에선 낯선 그들의 삶만으로도 당시 꽤나 큰 충격이었다.
가시 박힌 상처가 벌겋게 부어오른 것 같은 한국 현실에서, 더구나 잘 꾸며진 교회당에서, 더구나 외식적인 신앙이 진실이나 진리를 덮어버린, 비뚤어진 자화상들... 우리는 이 부유함으로 망가뜨려진 자신의 피둥피둥 살찐 모습을 괴로워하자. 방사능에 피폭되며 원자력발전소에서 만들어진 전기를 끌어들여 불 밝힌 저 휘황찬란한 금자탑들, 바벨탑들, 마몬을 섬기는 이방신전보다도 더하면 덜했지 덜하지 않은 우리들의 기도소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야트막한 밭길을 마차로 달리는 그들 아미시의 아침이 밝았겠구나. 꾸벅거리며 졸던 아이들이 올망졸망 늘어선 집들 사이에서 깨어 일어나 검은 옷을 걸치고 빗자루를 드는 풍경, 뒷굽이 닳아 떨어진 구두 한 켤레조차 성스럽던 그 풍경. 내 평생 잊을 수 있을까.
<자본론>에서 칼 마르크스는 상품의 물신화는 결국에 인간의 물화를 진행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리는 잘 팔리고 흥행하고 스펙을 잘 쌓아올린 사람들에게 휘둘리며 희고 찬란한 옷을 걸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지금 예수는 검은 옷의 그림자다. 그대 곁을 졸졸 따라다니며 어떤 붉고 값비싼 옷을 입어도 여전히 검은 옷의 그림자일 뿐인 우리의 주님.
할매를 부탁해
“설(서울)은 어찹디여?(어떻든가요)” 며칠 서울나들이 끝에 산골 집으로 돌아오니 이웃한 할매가 갓김치와 이른 봄상추를 뜯어가지고 쌈을 싸먹으라 한 쿠리나 안겨주신다. “사람들로 드글드글 하지라이. 꽉대기(두껍고 빳빳한 종이)에 달구새끼(닭) 가둬논 거 맹키로 그라등만이라. 푼더분하고(여유있고 넉넉한) 바가치새암물(바가지로 떠먹는 샘물) 있는 데서 요라고마이로 살아야재. 우리 자석네들 짠해서 참말로... 돌몽생이(돌덩이)도 여그가 좋응게로 굴러댕기는 맹키로 아당바당 그라고 살아봤자 지름값이랑 물가는 새들 맹키 날아올르고... 올 봄농사도 망원(거름) 얼릉 뿌려서 지어봐야 쓰꺼신디, 이문(이익) 안나는 일이라도 자석네들 맥일라믄 해야재라. 임씨 밭엔 뭐 조깐 심었소야?” 발아래 걸리적거리는 돌을 신발짝으로 톡 차면서 말씀하신다. 나는 올해 산밭에다가 허브 농사를 제법 크게 지었다. 로즈마리, 라벤더, 페퍼민트, 레몬타임, 카모마일, 바질, 세이지... 고루고루 심고, 시골 장엔 없는 블루베리도 서울 양재식물시장에 들러 열 그루나 사서 심었다. 제법 굵은 밑둥을 구했는지라 여름엔 열매를 따먹을 수 있을 거 같다. 배추나 무, 상추, 호박, 오이, 가지, 고추는 할매들한테 원 없이 얻어먹고, 내 농사인 것 마냥 그렇게 정을 나누며 지낸다.
남녘에 목회하면서, 교인의 팔할이 할매들이었다. 청년 학생도 아예 없고 젊은 중년층은 찾아보기 귀했다. 좀 성경을 배운 젊은 층은 아는 무엇이 있어서 기존 성경해석과 다른 내 설교가 축복과 멀다고 여겼는지 열광과 기복을 부추기는 교회들로 급히 교적을 파갔다.
할매를 부탁해! 하나님의 말씀은 항상 똑같았다. 지금은 교회를 차려 사는 건 아니지만, 할매들과 이룽디룽 부대끼며 사는 건 마찬가지다.
눈물 콧물 많은 할매들... “슬픈 마음 있는 사람 예수 이름 믿으면 영원토록 변함 없는 기쁜 마음 얻으리. 예수의 이름은 세상의 소망이요. 예수의 이름은 천국의 기쁨일세.” 기쁜 마음 얻겠다고 노래를 부르다가 슬피 눈물을 흘리는 할매들... 밭일 논일 하는데 멀리서 들려오는 찬송가 가락은 아름답고 한편 구슬프다.
간난장이 예수를 안고 정결 예식을 하는 장면이 있다. 누가복음엔 예루살렘의 안나라는 할매가 반짝 등장한다. “파누엘의 딸로서 아셀 지파의 혈통을 이어받은 안나라는 나이 많은 여자 예언자가 있었다. 그는 결혼하여 남편과 일곱 해를 같이 살다가 과부가 되어 여든네 살이 되도록 성전을 떠나지 않고 밤낮 없이 단식과 기도로써 하나님을 섬겨 왔다. 이 여자는 예식이 진행되고 있을 때에 바로 그 자리에 왔다가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고 예루살렘이 구원될 날을 기다리던 모든 사람에게 이 아기의 이야기를 하였다. 아기의 부모는 주님의 율법을 따라 모든 일을 다 마치고 자기 고향 갈릴래아 지방 나자렛으로 돌아갔다.” (눅 2, 36-39)
야곱의 여덟 번째 아들 ‘아셀’은 축복, 기쁨이라는 뜻을 가졌다. “아셀에게서 나는 채소는 기름진 것이다. 그가 왕의 식탁을 책임질 것이다(공궤하리로다).”라는 구절을 보면 농민의 뿌리 지파가 아닌가 싶기도 해. 곤두박이는 빗물을 논밭에 고이게 만들어 채소와 곡식을 기르고 이로서 지상의 존재들을 배불리 먹이는 축복을 아셀이 책임졌다. 아셀의 후손인 안나 할매는 아기 메시아를 본 감격에 수다를 떨지 않을 수 없었다. 논배미에 내려앉은 참새처럼 안나 할매는 예루살렘이 구원받는 날을 이야기 했다. 보통들 좋은 소리를 입에 담던가. 심지어는 “형제를 가리켜 바보라고 하는 사람은...불붙는 지옥에 던져질 것이다.”(마태 5, 22)라는 구절을 보면 예전이나 지금이나 못된 말버릇들, 덕담보다는 적의감에 사로잡힌 험담 악담이 더 많나봐. 그런데 안나 할매는 절망적인 식민지 속국, 그 복판에서 하나님의 용서와 희망을 노래한다. 이런 멋진 할매가 세상에 또 있다. 이런 할매를 나는 아주 많이 만났다. 그리고 아직도 그분들 곁에 살고 있으니 다행 중 다행이다. 그대는 지금 어디에서 누구랑 같이 어울리는가. 누구랑 같이 말을 섞으며 지내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