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꺠춤 임의진, 떠돌이 별이 머무는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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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의진의 시골 편지] 피부 색깔/ 경향신문
글쓴이 : master 날짜 : 2015-03-11 (수) 17:09 조회 :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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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 색깔




시샘 추위에 바람까지 엄청 불어 정리가 되지 않은 검정비닐들이 일제히 공중부양. 감나무 밭에 흉하게 걸려 장례식장 검은 만장만 같아. 소리도 사납고 참다못해 걷어냈다. 그제야 좀 살 것 같더라. 환경이고 미관이고 간에 신경 끊고 사시는 할망구님들. 같이 살아가는 일이 괴롭고 언짢을 때가 더러 있다. 풀어진 미역 같은 검정비닐은 미치광이 춤을 추고 플라잉피시 물고기 떼가 날아다니는 건가. 새들도 떼거리로 우왕좌왕 난폭 운행. 


한번은 모로코를 경유 북아프리카 알제리에 갔었는데, 그 동네도 해변에는 플라스틱, 육지는 쓰레기를 방치해 코를 쥐며 걸어야 했다. 결국 사막으로 줄행랑.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아니라 아프리카는 청춘이지. 전 세계에서 모인 청춘들과 트럭버스에 올라타 사하라 사막길을 내달렸다. 커브 길에서 우지끈 한쪽으로 쏠리면 뽀얗고 하얀 이를 맘껏 드러내놓고 파안대소. 누군가 바비 맥퍼린 흉내를 내며 돈 워리 비 해피... 모두가 노래를 합창하며 흥분의 도가니였는데 신춘문예에 갓 당선한 이십대처럼 생긴 아가씨는 웬 질문이 그리 많던지. 


흑인과 백인 게다가 나는 황인. 모두가 그 버스에서는 하나의 운명. 황야의 7인이 말을 타고 서부사막을 주름잡듯 사막여우를 만나러 먼 길을 그렇게 함께 갔다. 이 지구별도 그렇게 우주의 끝을 향해 굴러가는 거겠지.  


동네양반들 겨울이면 어딜 싸돌아 댕기지 않으시니 얼굴빛이 모두 백인. 강둑길로 아코디언을 메고 가시나들 큼지막한 다라에 하얀 수건하나. 봄볕에 그을리다보면 점차 황인이 되었다가 급기야 흑인이 되기도 해. 사람의 피부색깔도 카멜레온처럼 변하는 것이다. 야만의 시절 흑인노예가 있었다니 인간 역사에 흉측한 기억이 아닌가. 언젠가 인종 차별을 하는 어린 녀석들에게 휩싸인 적이 있었지. 나를 향해 원숭이 흉내를 내며 조롱들을 했다. 태권도로 패버리고 싶었으나 꾹 참았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칼 든 놈은 칼로 망하는 법이니까. 
사하라 사막, 여행의 끝은 항상 붉은 노을. 우리는 모두 붉어져 붉은 피부색깔로 얼싸안았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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