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꺠춤 임의진, 떠돌이 별이 머무는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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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의진의 시골 편지] 꿩이 꿩꿩 우는 날/ 경향신문
글쓴이 : master 날짜 : 2015-01-07 (수) 11:07 조회 : 2,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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꿩이 꿩꿩 우는 날



산의 앞면은 솔숲으로 짙푸른데 뒷면은 차갑고 새하얀 눈이 층층이 쌓여있다. 보일러가 얼어 터질까봐 열선을 사와 친친감고 헌 이불로 덮고 나서야 맘이 놓인다. 시골에 살면 철물점을 화장실 다음으로 자주 가게 되어있다. 내가 철물점에 퍼다 나른 돈을 모두 모았더라면 서울에다 빌딩 한 채 샀을거야 투덜거려보기도 한다. 며칠 전부터 지붕 물받이 홈통에 구멍이 생겨 눈 녹은 물이 뚝뚝. 신발이 젖고 그래서 방금 전에도 철물점에 댕겨 왔다. 철물점 아줌마는 나를 아마 공사장 인부쯤으로 아실 거야. 거의 혼자 집을 십년도 넘게 또닥거리며 짓고 또 손보면서 사니깐. 철물점이나 어디 면소재지 일보러 갈 때와 산길로 산보 나갈 때가 다른가? 본청만청 하다가 산에 갈 것을 어찌 알고 개가 꼬리를 치며 반긴다.

이깟 추위쯤이야 좋아하는 시커먼 차우차우 마오쩌순은 집에서 나와 풍욕을 즐기며 활보중이다. 북방이 고향인 개라서 제 세상 만난 것이다. 멧돼지 무서워 개를 끌고, 아니 개님을 모시고 산길을 걷곤 하는데, 나만 드나드는 비밀스런 숲길엔 꿩들이 보인다. 꾸엉 꾸엉 울기도 하다가 두두두두 활강하기도. 개인지 곰인지 뚱뚱보 우리 쩌순이는 못 잡을 줄 알고 아예 데면데면. 코를 바닥에 붙이고 다니면서 두더지 굴이나 뒤진다. 나는 꿩의 깃털이 하나라도 떨어진 걸 발견하면 볼펜에 묶어설랑 깃털 펜을 만들어 쓰기도 한다. 삐툴빼툴하던 글씨가 꿩처럼 한 방향으로 정렬, 글맛은 꿩이 꿩꿩 우는 듯 구성지고. 꿩요리, 꿩고기로 쑨 떡국이나 생각하며 사는 놈 아니야, 나. 흐~. 

누가 알려줬다. 민물 쏘가리를 옛사람들은 ‘늘물처럼’이라 불렀대. 늘물이라는 이름을 가진 민물고기. 황홀할 지경 아닌가? 꿩도 그래. 꿩도 참 예쁜 이름을 가졌어. 수컷은 장끼, 암컷은 까투리. 산중에서 개는 멍멍, 꿩은 꿩꿩, 얼음은 쩡쩡... 울림마다 황홀하여라. 사람도 하고 싶은 소리를 자유롭게 뱉으며 살 수 있어야 하는건데... 꿩은 늘숲처럼, 당신은 처음처럼 소주 병나발, 나는 늘 그날처럼 새해 첫 주, 어젠 미역국 없이 또 생일.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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