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꺠춤 임의진, 떠돌이 별이 머무는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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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기고] 별이 된 아이들과 진보의 미래/ 녹색연합 작은것이아름답다 2015년 1월호
글쓴이 : master 날짜 : 2014-12-30 (화) 18:56 조회 : 2,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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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된 아이들과 진보의 미래
 
 
 
임의진
 
 
 
이명박 정권에서는 촛불광장 이전의 한국과 이후의 한국이 눈앞에 펼쳐졌다. 계시록이 없어도 우리는 송곳니를 드러낸 돈벌레들과 진노의 재앙을 충분히 맛볼 수 있었고, 소망교회 장로님은 아침이슬을 들으며 나라꼴을 근심했다고 발언했다. 즈음 우리는 매우 놀랍고 흥미로운 광경을 목도하게 되었다. 바로 촛불광장의 시민이었다. 이들은 가히 새로운 인류처럼 보였다. 특별하고 특출한 리더도 없고, 견고한 배후나 조직도 없이 촛불 시민들은 전국의 곳곳 광장에다 시민대중의 민의들을 채워나갔다. 평소 뜻은 같이하되 행동은 뒤로 한 발짝 물러서있던 사람들까지도 더러 그 시위대의 일원이 되어 촛불을 들고 행진하였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 내내 극심한 노동자 탄압은 인권 탄압으로 연결 지어졌고, 새만금 간척지 강행 등 반생태 자연환경파괴는 보다 노골적이며 계획적이었다. 시민들은 마침내 이명박 정권에 이르러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분노와 의기를 참지 못하고 촛불 광장으로 쏟아졌다. 한판 마당놀이로 민중의 울분을 분출하였던 것은 아닐까.
 
 
그러나 박정희 군사독재의 정치적 후예인 보수정권은 이들 촛불 시민을 대선 불복세력으로 규정했다. 색출과 엄벌은 그들의 입에 달라붙은 버릇같은 소리들, 보복성 사법철퇴를 가함은 물론이거니와 인터넷 여론을 호도하는 무수한 비밀 사이버 홍보 그룹을 결성하기에 이른다. 정권은 여론과 언론을 장악해가는 기이하고도 월등한 대응을 해나갔다. 이들은 훗날 박근혜 정권 탄생에도 크게 기여하게 된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정권은 대운하사업의 미봉책인 4대강 개발 사업을 과감하게 실행에 옮겼고 생명의 터전인 자연계를 망가뜨리는 극악한 만행을 저지르기에 한 치 주저함도 없었다. 그들은 거의 계엄군이었고 모두가 주군을 닮아 불도저였다. 20조원이 넘는 국민 세금을 재벌 자본가와 토목건설업자, 수만갈래 수구 기득권집단들의 호주머니를 배불리는 데 사용되었다. 나아가서 일당 몇 만원 짜리 정권 옹호 동원집회의 알바비로도 사용되어졌을 것이고 왈패 행동대장들을 비롯한 극우지평을 넓혀주는 종자돈 노릇을 하였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같은 대참사 앞에 누구라도 사람이라면 치를 떨며 괴로워하였으나 시민대중은 무기력한 대응으로 일관할 수 밖에 없었다. 한마디로 진보 시민사회는 응전하기에 역량부족이었다. 민주당이 집권했던 김대중 노무현 정권 시절, 하나둘 정권보위를 위해 호출되었으며, 민주화 기여에 따른 자기보상 의지까지 작동, 자진 부역에 나선 시민사회 리더들이 오죽이나 많았던가. 안타깝게도 386 그룹을 비롯하여 그들의 정치진출은 부패사건에 속속 연루되었고 여론은 ‘너희들도 똑같아’로 결론지어 갔다. 이들이 한번 흙탕물이 튀긴 이후 시민사회, 진보진영은 삽시간에 대오를 상실하게 되었고 어느 길로 나아가야 할지 갈피 또한 잡지 못하는 형국이 되었다. 기껏 정권의 시혜나 떡고물을 바라는 나락으로 전락한 시민사회 그룹은 퇴행을 거듭 반복해야만 했다.
 
 
한편 제1야당 민주당은 연이은 선거 패배로 무기력과 무소신이라는 한심한 지경에 빠지고 말았다. 계파정치 이익집단에 끌려 다니며 내부는 곪을 대로 곪고, 국민들은 더 이상 민주당에 마음을 줄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하는 과정의 연속선상이었다. 민주당은 계파정치를 포기하는 선언을 하지 않는 한 어떠한 희망도 둥지를 틀지 못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진보정당과 노동조합, 농어민 생산자 그룹은 대중정치운동에 반드시 요구되는 유연성, 기민성, 시대 변화에 따른 대응에 소홀하지 않았는가 싶다. 시대변화에 반발하는 근본주의자들의 역작동도 한 켠 거들었을 것이고. 이른바 통진당 일부 지도그룹은 시대착오와 치부 노출이라는 치명적인 파탄을 맞았고, 여론은 불리하게 돌아갔다. 정파싸움을 하는 난리 통에 만들어낸 종북이라는 단어가 복부를 찌르는 단검이 되리라고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다.
 
 
정의당, 노동당, 지금은 분해된 진보신당 그룹, 녹색정당 표방자들과 노동조합에 연결된 열성적인 동지들까지 모두 탈당이라는 벼랑으로 내몰고 얻어낸 순혈주의의 승리는 대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가. 하룻밤 빌린 수도원 다락방에 모여 농담 같지도 않은 농담들이나 쏟아내고 북한의 문건에서나 발견되는 이질적인 낯선 단어들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며 어느 비밀한 국회의원에게 당의 목숨을 맡겼다고 한다. 이 일은 급기야 정당 해산명령이라는 황망한 판결로 이어지게 되었다.  아무도 누구도 없어진 그들만의 통진당엔 이른바 자주파의 장악이 쉽게 노출되는 환경이었고, 우파들의 정치적 사냥감 신세가 된 것이었다. 북한이라는 소스 없이는 보수주의 정치의 어떠한 대안도 내놓을 수 없는 한심한 우파에게는 그야말로 절호의 찬스였고, 물어 뜯는데는 일가견이 있는 그들은 이 한 번의 기회를 절대 놓칠 리 없었다. 진보진영 전체의 위기를 가져온 이러한 일단의 사건, 그 원인제공에 대해선 분명한 자기반성과 책임동반이 있어야 할 것이다.
 
 
박근혜 정권에 들어와서는 세월호 이전의 한국과 이후의 한국으로 정리가 되어 보인다. 오늘 우리는 세월호 이후의 한국에서, 이 서글픈 새해를 맞이하게 되었다.
사람보다는 돈, 마을보다는 기업, 소통의 정치가 아닌 음모정치로 꾸려오는 이 거대한 문명이기 집단이 대세를 조장해가며 권력을 소비해가고 있는 현실이다. 그들이 흡수통일 대박론 따위 허황한 주장을 되풀이하는 것은 정치적 상대나 공존하는 이웃이라는 가치를 전혀 안중에 두지 않기에 가능한 것이다. 그들은 이제 더 이상 파트너 동반자로서의 국민은 없고 그저 정치선전장에서나 늘어놓는 장황한 립 서비스에 필요한 용어 일 뿐.
 
 
사대강 사업이 실패한 정책임이 드러났음에도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명박 정권을 역사의 심판대에 올려놓을 수 있는 정권은 과연 출현할 수 있을 것인가. 지금 같아서는 전혀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원전이 얼마나 위험천만한 시설인지 동일본 대지진 참사로 백일하에 드러났음에도 한국의 원전시설은 사이버 테러리스트 말고는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는 듯 보인다.
 
 
작년 어느 봄날 수학여행을 떠났던 아이들은 무사히 집에 돌아오지 못했다. 뜬금없이 그 아이들은 별이 되어 우리 곁에 돌아왔다. 수 백 명의 아이들이 물속에 갇혀 비명을 지르고 있을 때 박근혜 대통령은 누구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고 있지만 이것이 이 문제의 중요한 사안은 아니라고 한다. 그래서 나타나야 했던, 이단 사이비 종단의 교주가 세월호를 부여안고 야산에서 죽어야 했다. 대통령은 외면하기 바빴던 유족들을 바티칸에서 온 교황은 여러 번 만나주었다.
 
 
안전 불감증이 문제가 아니라 이토록 허술한 안전지대를 만들어놓은 정부차원의 ‘규제 철폐’가 중요한 포인트다. 이익만을 중요시하는 결과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안하지만 섬으로 뒤덮인 인도네시아 비행기가 연이어 추락하는 까닭도 규제를 풀어 저가 항공사들의 반윤리적인 기업형태를 두둔하고 노동자들을 비정규직으로 돌린 때문이리라.
 
 
해경을 없애고 어쩌고 해서 될 문제가 아닌 세월호 참사, 그야말로 원인 진단도 잘못, 특별법도 흔들, 사후 대응과 해결책도 헛발질, 그야말로 배가 산으로 가는 형국이다. 무엇보다 시민사회 진보 진영은 세월호 사건을 통한 정권공격에만 그저 급급할 뿐 내부로부터의 변화와 미래지향적인 생명존중의 장으로 이 사안을 중차대하게 끌어가지 못하고 있다.
눈물이 마르지 않는 우리들. 이 슬픔의 끝을 알 수가 없으니 더욱 괴롭다. 이 울울한 슬픔이 끝나기 위해서는 진상규명도 필요하고 세월호의 실소유자가 누구인지 확실한 파악도 필요하고 정부기관의 책임소재를 묻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렇지만 무엇보다 우리가 맘몬이즘, 자본숭배를 긴급히 끊어야 한다는 점이겠다. 내게 주어진 돈을 이웃과 나누고, 내게 남은 지독한 욕망을 비우고, 내가 사랑할 수 있는 모든 이들과 연결되어 미래의 아이들이 찾아올 때 부끄럽지 않은 세상을 만들어두어야 한다는 점이다.
 
 
진보란 무엇인가. 진보는 진행해야 진보이지 멈추거나 시간을 뒤로 돌리는 것은 더 이상 진보가 아니다. 누구 말마따나 지금 진보에게 가장 필요한 그것이 있다면 바로 진보일 것이다. 정치적 위치의 좌파란 약자를 배려하는 사회정책을 생산해내는 기능을 하는 것이겠지만 진보는 보수를 아우르는 거대한 아우라요 다함없는 외연이고 정신이어야 한다.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나는 것이 분명 맞지만 새가 좌뇌의 미래지향적인 꿈을 꾸지 않는다면 아예 공중부양, 먼 비행을 나서지도 않는 닭과 같은 동물로 떨어지고 만다. 그대는 새가 될 것인가. 아니면 닭장에 갇힌 닭이 될 것인가.
진보는 오늘 이 땅 이 세계를 유토피아로 만드는 장엄한 전진이어야 한다. 진보세력의 결집체 가운데 하나인 정당은 천당으로 가는 여러 길목중 하나여야지 자기만 옳다고 믿는 이들의 비밀결사체도 아닐 뿐더러 배려와 염치, 헌신이 없는 정치적 야욕의 집합소여서도 아니 된다.
 
 
별이 된 아이들은 언제가 다시 별똥별이 되어 이 땅으로 찾아올 것이다. 아이들이 돌아올 때쯤 세상은 더 이상 탐욕이 그치고 나눔과 상생을 도모하는 세상이 되어 있을까.
죽음은 삶을 끝낼 수는 있지만 관계를 끝낼 수는 없다. 우리 아이들은 죽었지만 결코 그 아이들과 우리 관계를 끊어 놓을 이는 누구도 없다. 수천만 국민들과 맺어진 이 인연, 나와 당신과도 맺어진 이 인연을 외면해서는 아니된다. 우리들은 모두 입버릇처럼 말해야 한다. “나는 이 아이들과 상관이 있다.”
 
 
현실정치는 무참하게 굴러가고 녹색별은 잿빛별로 무너져가는 이 시대에 희망은 이 아이들이다. 이 아이들이 남기고 간 별빛이다. 별을 보고 길을 가는 나그네들처럼, 우리는 이 아이들이 어떤 세상에서 살다 갔으면 좋았을까 고민하고 숙고하며 아이들이 못다한 삶을 보석같은 시간들로 채워가야 한다. 경제가 아니라 사람이다. 누런 금빛이 아니라 눈부신 별빛이요 자연본성 그대로의 녹색 푸르름이어야 산다. 그래야 다 같이 산다. 다 같이 사는 길을 찾는 것이 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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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며 목사다. 두어해 전부터 광주정신 예술공간 ‘메이홀’ 관장을 맡고 있다. 작아의 초대 편집위원을 지냈으며 달이름을 지어 나눴다. 담양 수북면 숲속에 살고 있고 <참꽃 피는 마을>, <앵두 익는 마을>등 지역운동과 소박한 삶을 노래한 여러 권의 책을 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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