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꺠춤 임의진, 떠돌이 별이 머무는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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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의진의 시편 읽기] 시편 30장 키리에 엘레이손/ 가톨릭뉴스 지금 여기
글쓴이 : master 날짜 : 2014-11-22 (토) 19:47 조회 :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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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편 30장 키리에 엘레이손
 
 
 
야훼여, 나를 건져주셨사오니 높이 받들어 올립니다. 원수들이 나를 보고 깔깔대지 못하게 되었사옵니다.
야훼, 나의 하느님, 살려달라 외치는 내 소리를 들으시고 병들었던 이 몸을 고쳐주셨습니다.
야훼여, 내 목숨 지하에서 건져주시고 깊은 구렁에 떨어지는 자들 중에서 살려주셨습니다.
야훼께 믿음 깊은 자들아, 찬양 노래 불러라. 그의 거룩하신 이름 들어 감사 기도 바쳐라.
그의 진노는 잠시뿐이고 그 어지심은 영원하시니, 저녁에 눈물 흘려도 아침이면 기쁘리라.
마음 편히 지내면서 스스로 말하기를 이제는 절대로 안심이다 하였는데
나를 어여삐 여기시고 산 위에 든든히 세워주시던 야훼께서 얼굴을 돌리셨을 때에는 두렵기만 하였사옵니다.
야훼여, 이 몸은 당신께 부르짖었고, 당신께 자비를 구하였습니다.
"이 몸이 피를 흘린다 해서 이 몸이 땅 속에 묻힌다 해서 당신께 좋을 일이 무엇이겠사옵니까? 티끌들이 당신을 찬미할 수 있으리이까? 당신의 미쁘심을 알릴 수 있으리이까?
야훼여, 이 애원을 들으시고 불쌍히 여겨주소서. 야훼여, 부디 도와주소서."
당신은 나의 통곡하는 슬픔을 춤으로 바꿔주시고 베옷을 벗기시고 잔치옷으로 갈아 입히셨사옵니다.
내 영혼이 끊임없이 주를 찬미하라 하심이니 야훼, 나의 하느님, 이 고마우심을 노래에 담아 영원히 부르리이다.
 
 
 
나무 때는 연기가 몽긋몽긋 올라오는 산골집. 갈짓자 바람이 블어오자 은행잎이 좌우로 뒤척이며 구르고 꽁보리밥 밥알눈은 쥐도 새도 모르게 살짝이 내렸다. 골짜기에 살짝이 하얀 눈발이 나부꼈다. 국화꽃 위에 눈꽃이 앉아 한 개의 꽃대에서 두 개의 꽃을 볼 수 있었다.
 
 
과연 꽃처럼 두 개의 목숨이 있기는 있는 건가? 시인의 기도 제목은 오로지 살려달라는 것이었다. 이 한 개의 목숨을 부지하는 일이 얼마나 부담스럽고 고통스러운 것인가 시인은 잘 알고 있었다. 시인은 주님이 싸늘하게 얼굴을 돌리실까봐 염려했다. 주님의 마음을 고정시키려면 주님의 마음에 들어야 하고, 주님의 마음에 찰만한 여정을 지녀야 하는 법.
히브리어로 눈은 '아인'인데, 몸의 눈 말고 마음의 눈도 동시에 표현한다. 마음은 '레브'인데, 레브에도 눈이 있는 것이다. 마음의 눈을 뜨게 되면 몸으로 알았던 모든 것이 뜨끔해지고 새라새로운 깨달음에 사로잡히게 된다. 저녁의 눈물 같은 이 생애, 아침에 눈을 뜨듯 마음의 눈을 떠서 환히 웃고 싶어라.
 
 
어디론가 우리는 길을 떠나가는 사람들. 길은 우리의 처소요 우리의 안방이다. 무엇이 두려운가. 통곡하는 슬픔으로 휩싸일 뿐인 인생살이. 눈보라가 쳐오듯 불행들이 밀어닥친다. 파란 멍이 들듯 눈가에 바다의 짠물이 고이고 눈두덩은 멍이 든 듯 파랗게 아리는 세월...
 
 
잠결에도 우리는 고난의 순례, 눈물바람의 행진중이다. 바람은 차갑고 눈시울은 시려도, 밤은 어둡고 허기진 시절이 암암해도, 쓰러지지 말자. 무릎 꿇거나 좌절하지 않으며 산을 넘고 물을 넘자, 넘어가보자. 망망대해라도 두려워 말고 오지 낭떠러지 두려운 고산길에서도 정신을 바짝 차리자. 두려움이 밀려들면 꽁무니를 보이고 뒤돌아서지 말아야 한다. 두려움과 슬픔은 등을 보이는 자들에게 따라붙는 유령이요 허깨비다.
 
 
정면으로 맞서야 한다. 우회하지 말고 직진으로, 정의의 길을 걸을 때만이 눈물은 미소로 바뀌고 슬픔은 환희로 바뀌게 되리라. 저녁에 울던 아이가 아침에 웃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행여 의심하고 도망치지 말 일이다. 궂던 날이 풀리고 태양이 솟구치면 눈물 젖은 대지와 울보 새도 미소를 머금게 되리. 주님과 함께라면 우리는 반드시 방긋 미소를 머금을 수 있으리라.
 
 
인간의 기도는 오로지 "키리에 엘레이숑" 주님 불쌍히 여겨주옵소서. 오직 이 한마디면 족하지 않겠는가. 구구절절 말이 많아 무엇하리요. 딱부러진 한마디면 된다. 어두운 한밤중에 별들이 더 밝게 빛나듯 시절이 어려울수록 주님의 보살핌도 극진하여라. 키리에 엘레이숑. 우리는 주님의 돌보심을 바라며 기도하면서, 문제를 '내어놓고' 문제를 '내려놓아야' 한다. 두려움과 불안이 지나쳐 내가 먼저 선수를 쳤다간 더 문제가 악화되고 꼬이게 된다. 주님께 먼저 의뢰하고 주님께 호소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 그런 사람만이 선한 답을 얻을 수 있으리라.
 
 
지하에서 고문당하던 선한 젊은이들을 기억한다. 대표적인 고문기술자 이근안은 "우리는 애국자였다. 고문은 애국이고 심문은 예술이었다." 라고 망언을 일삼았다. 그들의 더러운 입속이 지하요 지옥이 아니겠는가. 지하에서 목숨을 건져주신 분은 과연 누구인가. 민주주의를 부르짖던 수많은 사람들. 그들 정의의 사람들은 하느님의 사람들이렷다. 주여 불쌍히 여겨주소서! 부르짖던 청춘들을 살려주시고 신원을 회복하여 주시고 이 광장에서 뜨겁게 만나게 해 주신 분. 하느님과 여러분, 하느님과 민중들. 영원히 빛날 생명의 은인들이여. 영영히 울려퍼질 정의의 노래들이여.
 
 
 
 
<가톨릭 뉴스 지금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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