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꺠춤 임의진, 떠돌이 별이 머무는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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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의진의 시골 편지] 조르바 춤/ 경향신문
글쓴이 : master 날짜 : 2014-07-09 (수) 16:07 조회 :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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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바 춤
 
 
 
같은 숙소에 당신이 묵는 줄도 모르고 단잠에 빠져든 여행자. 젖은 태양은 숨어 보이질 않고 장대비만 홀로 눈떠 오래도록 탭댄스로다. 얼른 일어나 같이 춤을 춰볼까. 내 별명은 어깨춤. 월드뮤직 애호가들은 떠돌이별이라 하고, 성격이 까칠해서리 까실이라 불리기도. 하지만 어깨춤이란 인디언식 이름이 가장 맘에 들어. 이 별명을 갖게 된 계기는 <그리스인 조르바>렷다. 영화에선 안소니 퀸이 조르바로 분해 덩실덩실 춤을 췄지. 무위에 이른 초탈한 춤을. 한평생 조르바 춤을 추며 살고픈 게 소원이다. 좋으면 좋고 싫으면 싫다면서 똑 부러지게. 한껏 자유롭게. 누구 지시받고 지령 받는 하수인 노릇은 죽어도 못해. 예수님도 부처님도 내가 좋아 따르는 것이지 속박하고 조종을 하시겠다면 당장 삼천리나 도망가 버릴 테다.
 
 
비가 계속되니 방에서 조르바 어깨춤을 추며 요가 운동. 칠레 영화 <글로리아>를 봤는데 주인공으로 분한 폴리나 가르시아가 ‘글로리아’ 노래에 맞춰 춤을 추던 끝장면을 잊을 수 없다. 고달픈 이혼녀가 조르바처럼 당당히 춤을 추게 되는 씬은 소름이 돋을 정도. 로라 브로니갠이 부른 추억의 팝송 글로리아, 그 디스코 음악에 막춤을. 가끔씩 ‘퐈이야!’ 폭탄이 터지는 소리 같은 것도 재밌고. 절대로 안 잡히는 구원파 두목님 현상수배 벽보에 새겨진 야릇한 입꼬리, 청문회장에 선 재테크의 달인들 염치없는 썩소. 수백 벌 맞춤옷을 자랑하는 패션여왕의 근엄한 미소도 글로리아 춤을 추는 참자유의 환희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기만일 뿐.
 
우산을 쓴 할매들이 매스게임 춤을 추며 지나가고, 그 뒤로 버얼건 흙이 빗물에 튀어 춤을 추고. 말라깽이 개가 눈을 가늘게 뜨고 엉덩이를 실룩거리면서 마실을 나가는데 꼭 클럽에 춤추러가는 여자애 같아. 괜히 주눅 들지 말고, 억울한 눈물만 흘리지 말고, 촛불아! 정의의 춤을 추렴. 별들아! 사대강 썩은 강물에 떠서 소생의 춤을 추렴. 조르바 춤을...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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