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담양 담빛예술창고도 시립미술관과 발을 맞춰 홍 작가 등 작가 12명이 참여한 추모전을 연다.
28일 시립미술관에서 열린 작품설명회에서 홍 작가는 “‘세월오월’은 꼭 광주에서 전시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며 “광주시민, 시민단체, 언론이 있었기에 전시를 열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세월오월’은 지난 2014년 8월 광주비엔날레 20주년 기념 특별전 ‘달콤한 이슬-1980 그후’ 출품작이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박 전 대통령을 뒤에서 조종하는 모습이 담겼다. 기획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전시 불가 판정이 있었고 몇차례 수정 끝에 홍 작가는 작품을 자진철회했다.
‘세월오월’은 최근 드러난 문화체육관광부 ‘블랙리스트’ 작성에 중요한 요인으로 꼽히고, 윤장현 광주시장은 지난해 외압이 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약 2년 반 만에 같은 공간에서 작품을 전시하게 된 홍 작가는 “오늘은 처음으로 ‘세월오월’을 구체적으로 설명을 하는 자리다”고 소개했다.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박 전 대통령이 아닌 작품 오른편에 그린 일본군 위안부라고 밝혔다. 작품은 미국 전 국무부장관 리처드 아미티지(Richard Armitage)가 작성한 보고서를 소재로 제작됐다. 한·미·일 군사동맹을 위해 미국이 강제적으로 위안부 합의를 이끌어냈다는 내용이다. 또한 박정희 전 대통령이 맺은 한일협약에도 미국의 힘이 작용했으며 현재 사드배치도 같은 선상이라는 설명이다.
또 논란이 일었던 허수아비 박 전 대통령 부분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이 흘리는 눈물은 자신의 뜻대로 살지 못하고 아버지 유산에 얽매인 삶에 대한 회한의 의미다”며 “5·18시민군과 대치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반대로 5·18영령들이 박 전 대통령을 위로하는 이야기다”고 말했다.
작품 중앙에는 광주 5·18를 대표하는 시민군과 주먹밥 아줌마가 세월호를 번쩍 들어, 학생들이 무사히 귀가하는 모습을 표현했다.
‘세월오월’ 옆에는 작품 수정본 2점을 나란히 배치했다. 박 전 대통령을 닭으로 표현한 ‘닭대가리1’, 흰색으로 칠한 ‘조종자들’이다.
그밖에 전시장에는 세월호 관련 작품 24점을 볼 수 있다. 닭이 주사기를 들고 있는 ‘닭대가리-다니아 병원 로고’를 비롯해 ‘꿈’, ‘김관홍 잠수사’, ‘마지막 문자메시지’ 등이다. 전시장 한켠에서는 조재형 감독이 제작한 다큐 ‘세월오월’(27분 분량)을 상영한다.
미술관 외벽에는 ‘세월오월’을 확대 출력한 가로 30m 대형 걸개그림을 설치했다.
홍 작가는 “최근 인양된 세월호는 대한민국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 같아 눈물이 났다”며 “천천히 물에 잠기며 아이들이 죽어간 세월호 참사는 국가폭력이자 학살이다“고 강조했다. 문의 062-613-7114.
담양 담빛예술창고는 자체 기획 추모전 ‘노란 나비떼와 푸른 진실의 세월’을 31일부터 5월15일까지 연다.
이번 전시에는 김재성·문학열·박일구·박정용·서법현·송필용·이재호·임의진·조정태·한희원·홍성담·홍성민 작가가 참여한다.
전시장을 채운 회화·사진·조각·설치 등 작품 30여점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과 유족들에게 건네는 위로다.
시원한 폭포 그림을 선보였던 송필용 작가는 팽목항에 다녀온 뒤 검은색으로 화면을 채웠다. 작품 ‘팽목항-검은 바다’는 통곡의 울부짖음을 표현했고 ‘학처럼 자유로운 영혼들’은 희생자들 영혼이 자유롭게 날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작품 ‘4월의 매화’를 출품한 한희원 작가도 매화를 온통 검게 그렸다. 함께 배치한 자작시 ‘4월의 매화’ 마지막 문구 “다시 4월의 매화로 피어나/영원히 우리곁에 있었으면”은 작가의 심경을 대변한다.
임의진 시민자생단체 ‘메이홀’ 관장은 국정농단 세력을 응징한 촛불혁명 뒤에는 노랑나비가 돼 돌아온 세월호 희생자들의 힘이 숨어 있다고 생각한다. 작품 ‘저승사자 체이순신과 천국의 노랑나비떼’를 통해 아이들이 안전한 세상, 자유·평화·평등이 가득한 세상을 꿈꾼다.
그밖에 박정용 작가는 팽목항 인근 바다에 수개월 잠기게 놔둬 따개비가 붙은 움츠린 사람 조형물 ‘균열과 파장’을 작업했다.
장현우 총감독은 “이번 전시는 지역을 떠나 주제와 작품 메시지에 맞춰 작가를 선정했다”며 “1년 전에 계획한 전시지만 세월호가 인양되고 박근혜 전 대통령 수사가 시작되는 시기와 맞아 떨어지며 의미가 더해졌다”고 설명했다.
전시 개막식은 4월4일 오후 5시다. 문의 061-383-8240.
/김용희기자 kimyh@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