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21번째 개인전 ‘예술가의 집’ 연 ‘떠돌이 별’ 임의진 목사
ㆍ2005년 이후 목회활동 접고 여행과 글쓰기 창작에 매달려
ㆍ‘재미있는 것들’로 가득한 집의 일부 옮겨놓고 사람들 초대
오는 30일까지 담양 ‘담빛예술창고’에서 21번째 개인전을 여는 임의진 목사는 “세상을 흔들어 다른 시선을 가르쳐주는 것이 훨씬 더 사제다운 길”이라고 했다.
사람들은 임의진(49)을 목사, 시인, 화가, 여행가 등으로 기억하지만 그는 스스로를 ‘떠돌이 별(순례자)’이라고 칭했다. 전남 강진 ‘남녘교회’에서 10년 동안 담임목사를 했던 그는 2005년 ‘안식년’을 선언한 뒤 담양군 수북면의 병풍산 자락으로 들어갔다.
임 목사는 ‘떠돌이 별’이라는 표현에 대해 “신학대학을 나와 목사를 하면 다들 머물려고 하고, 가지려고만 한다. 나도 편하게 살 수 있었다. 하지만 원래 예수나 붓다는 여행자고 순례자다. 고향 없이 날아다니는 유성과 같은 존재”라고 설명했다. 그는 “순례자들은 사람들에게 엉뚱한 길을 가르쳐주는 사람들”이라고 덧붙였다.
할아버지와 아버지에 이은 3대째 목사지만 전남 담양으로 옮겨온 이후 그의 삶에서는 혁명이 꿈틀대고 있다. 병풍산 아흔아홉 골짜기 ‘여우골’에서 그는 “한 마리 여우로 나이 들어가면서 편지도 쓰고, 그림도 그리고, 설치미술도 하고, 세계여행을 다니는 여행가로 인정받는 일들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끊임없이 그리고, 쓰고, 1년에 한두 달은 꼭 여행을 떠났다. “오늘 만난 나는 어제 만났던 그 사람이 아니다. 계속 발전해가고 있다. 격정과 열정으로 하루를 1000년처럼 산다”는 그는 가슴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것들을 눌러놨다가 그래도 안된다 싶으면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썼다. 여행을 다니면서 느낀 감정들을 음반으로 정리해 내놓기도 했다.
'신선이 돌아왔다’는 뜻의 ‘회선재(回仙齋)’라는 이름이 붙은 그의 집에는 어느새 ‘재미있는 것들’이 가득 찼지만 집 대문을 열고 사람들을 함부로 들이지는 않았다. 그러다 문득 ‘재미있는 것들을 집에만 놔두면 뭣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는 지난달 담양읍에 있던 오래된 양곡창고를 개조해 문을 연 ‘담빛예술창고’로 집의 일부를 옮긴 뒤 ‘예술가의 집’을 주제로 전시회를 열고 있다. 21번째 개인전이다.
지난 1년간 그린 회화 작품과 멕시코를 여행하면서 찍은 사진, 수집품, 직접 만든 에코백 등을 4개의 방으로 나눠 전시하고 있다. 경향신문에 10년째 연재하고 있는 ‘시골편지’에 곁들인 삽화도 처음으로 선보인다. 전시된 집에는 ‘토끼, 여우, 무당벌레’가 곳곳에서 동거하고 있다. 이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무당벌레다. 세월호가 가라앉은, 눈 내리는 진도 바다에도, 남미 혁명가 체 게바라의 어깨에도 무당벌레가 있다. 그는 “등에 북두칠성을 짊어진 무당벌레는 ‘붙박이 별’이다. 떠돌이 별인 나는 무당벌레를 연인으로 생각한다”면서 “무당벌레는 생태계가 가장 좋은 곳에서만 산다. 가짜 무당이 판치는 세상에 진짜 무당은 ‘무당벌레’밖에 없다”고 했다. 토끼 그림에 대해선 “들을 귀를 가진 토끼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해 들을 귀가 없는 세상을 비꼬았다”고 설명했다.
집을 내보인 것에 대해 “일반적인 집과 다른 제 집을 보면서 사람들이 유쾌한 발상을 통해 화석화된 생각의 틀을 깨고, 생각이 열렸으면 좋겠고, 촛불 이후 누구와 뭘 할 것인지도 고민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가 변방에서 꿈꾸는 것은 기득권을 지키고 움켜쥐려는 사람들에 대한 ‘혁명’이다. 임 목사는 “사람들은 변해야 한다. 변화해서 똑같아지더라도 계속 엎고, 또 엎어야 한다. 정주하려는 마음을 좀 흔들어서 움직이게 해 새로운 꿈을 심어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임 목사는 스스로도 머물려고 하지 않는다. 그는 최근 펴낸 책의 판권을 환경단체에 기부했고 올해 낼 책의 판권도 넘길 계획이다. 환경단체들에 대해 그는 “최근 설악산 케이블카를 막아내는 힘을 보여줘 뿌듯했다”고 말했다. 조만간 서울에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집’에서 전시회를 열어 수익금도 기부할 생각이다.
“권력과 자본에 굴종하지 않고, 화가 난 세상을 좀 흔들어 다른 시선을 가르쳐주는 것이 훨씬 더 사제다운 길”이라는 임 목사의 전시회는 오는 30일까지 계속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