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꺠춤 임의진, 떠돌이 별이 머무는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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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는 너무 격하다, 지금이야말로 시가 필요한 시대
글쓴이 : master 날짜 : 2016-04-27 (수) 15:29 조회 : 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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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의진 목사는 “시로 우리 사회의 기성세대를 구조하고 싶은 마음”이라며 “다른 이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시가 필요한 시대”라고 말했다. 권호욱 선임기자 biggun@kyunghyang.com

임의진 목사(48)는 시인이자 화가이며 음악가이기도 한 ‘융합형 예술가’다. <하얀새> 등 독집 음반을 4집까지 발표했고, 컴필레이션(편집)음반 <여행자의 노래>가 스테디셀러에 오를 만큼 월드뮤직 마니아층에선 알아주는 선곡자다. 무당벌레와 체 게바라를 그린 그림과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 등을 모아 2008년부터 개인전을 17차례 열었다. 그뿐 아니다. 2012년 광주 5·18 민주광장 앞에다 ‘메이홀’이란 시민자치갤러리를 열고 관장을 맡고 있다.

전남 강진에 있는 ‘남녘교회’에서 목회활동을 했던 그는 지금은 전남 담양 산골에 회선재(回仙齋)라는 흙집을 짓고 11년째 살고 있다. 2005년 기약없는 안식년을 선언하고 스스로 택한 삶이다. 몇 권의 책을 내놓은 뒤 월드뮤직 장르 개척과 그림작업만 하며 책 내는 일엔 마음을 두지 않았던 그가 첫 시집 <버드나무와 별과 구름의 마을>(작은것이아름답다)을 최근 펴냈다. 1995년 시 ‘마중물’을 발표한 지 20년 만이다.

지난 20일 경향신문사 인근 카페에서 만난 임 목사는 “시집을 낸다는 게 좀 부끄럽기도 하고, 마음이 차오를 때를 기다리다 보니 20년이 흘렀다”고 말했다. “ ‘참꽃 피는 마을’ ‘앵두 익는 마을’ 등 책을 몇 권 내고 나서 기고만장한 적도 있었죠. 그런데 어느 순간 재미없어지더군요. 자연 속에 사는 것뿐인데 혼자 흙집에서 농사짓고 하니까 저에 대한 오해도 있는 것 같아요. 세상을 버린 사람도, 방송 프로그램에 나오는 ‘자연인’처럼 사는 사람도 아닌데 말이죠. 저는 그저 책 읽고 시 쓰면서 노래하며 살고 있는 겁니다.”

시집 제목 ‘버드나무와 별과 구름의 마을’에서 ‘버드나무’는 4대강 개발로 영산강 일대에서 잘려나간 버드나무를 기리는 의미로 붙였다. ‘별’은 자신을, ‘구름’은 유토피아를 뜻한다. 임 목사는 “책마다 ‘마을’이라는 이름을 붙여왔는데 이는 사회 안으로 들어온 ‘교회’를 의미한다”고 했다. “감이 익듯 시가 익으면/ 따다가 입에 한입 물고/ 누군가 등경 아래 시를 짓는다”(‘시인의 마을’), “성령강림절 헌금을 모아 범종불사를 했다가/ 이단 삼단 연탄 사탄 구공탄 소릴 들었네”(‘미황사 엄마종, 남녘교회 아기종’), “예언자는 사랑을 배우기 위해/ 우리가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이라고 말했지”(‘지금은 사랑이라는 여행을 시작할 때’) 등 그가 20년 동안 써놓은 글들이 시가 되고, 노래가 됐다.

“직설적인 언어들이 많은 세상이잖아요. ‘이렇게 하라’고 강요만 하는 우리 사회에서 에둘러 말하고, 상처주지 않으면서 함께 고민하는 말을 찾아나가는 게 필요합니다.”

임 목사는 “한국 사회가 너무 격하다”면서 “지금이야말로 시가 필요한 시대”라고 말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로 아이들은 우리 곁을 떠났지만 되레 그 아이들이 살아있는 우리를 구조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시로 우리 사회의 기성세대를 구조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임 목사는 3대째 목회자인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교회에 얽매이지 않았다. 그는 “종교에 묶이고 싶지 않아 ‘주의’ ‘주장’을 시나 음악으로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향신문에 ‘임의진의 시골편지’를 연재하고 있는 그는 “고독할 때 사람들은 말하게 된다”면서 “그동안 혼자 책 읽으며 글공부했으니 앞으로 책도 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난 1월 일본 도쿄에서 콘서트를 열었던 임 목사는 내년에는 5집 음반 <떠도는 그림자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그는 또 올여름 이스라엘, 이집트 등으로 사막순례를 떠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나이 들면 음유시인처럼 아이들에게 들려주듯이 노래를 하고 싶어요. 마음속 얘기를 시로, 노래로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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